초록에 대하여
엄마가 결혼할 때 사 온 겨울이불은 요즘은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무거운 솜이불이었다. 솜을 감싸는 이불보는 풀을 먹여 서걱거렸고 이불보를 교체하는 날은 이모와 할머니와 엄마 셋이 함께 움직였다. 풀 먹인 새하얀 이불보를 깔고 그 위에 도톰한 솜을 덮고 가운데는 한복 원단처럼 짙은 원색의 실크를 깔았다. 가장자리를 일정하게 실크와 이어 꿰는 작업을 했다. 그 작업을 할 때 바늘이 오고 갔기 때문에 엄마는 바늘을 조심하라고 어떤 사람은 바늘이 몸속에 들어가 다른 곳으로 뚫고 나왔다는 섬뜩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넓은 이불을 보면 빨래한 세탁물을 귀신같이 알고 달려드는 고양이처럼 이불 위로 올라가 등을 비비댔다. 겨울 이불이라 살갗에 닿으면 차가웠지만 묘하게 포근하고 할머니와 이모와 엄마 사이에 둘러싸인 기분은 왠지 나를 그보다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몇 가지 선명한 한복치마 같은 이불보 중에 거의 형광에 가까운 연두색이 있었다. 그 이불보를 새로 꿰는 날이었다. 나는 그날도 연두색에 몸을 파묻고 이불 냄새를 가득 맡았다. 이모는 말했다.
나는 이 색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그 정도로 좋아.
라고. 아무래도 내가 유치원 때 같은데 나는 그 말이 두고두고 기억이 난다. 초록 잔디를 보면, 밝은 초록색을 보면 가끔 이모의 말이 떠올랐다. ‘눈물이 날 정도로 좋은 색이 있을까’ 하면서. 그런데 요즘엔 조금 알 것 같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나를 감격시키는 색이 있다는 것. 아마도 나도 그 색이 녹색 계열 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며칠 전에 나는 아보카도 과육 색이 도는 초록색 이불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