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그리기도 도돌이표가 되나요?

초록과 노랑 사이 바나나 잎 (3) 마지막

by 김초록


정말 오랜만에 이 그림으로 다시 브런치를 찾았다.

작년 5월에 시작한 그림이었고, 2개월 작업하다가 8월에 회사를 잠시 다니게 돼 그림을 그만두었다. 딱 6개월 계약으로 근무한 일이라 올해 1월에 이 그림을 다시 만났다.

그림 권태기가 올 때쯤 다른 그림을 시작해도 될법도 했겠지만 이상한 아집이 있다. 그렇게 하면 이 그림을 다시 마주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다음 그림을 정해놓았음에도 새 그림을 시작하지 않았다.


"이 그림을 그려야겠어."

흰 캔버스를 마주할 때 정말 설렌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설렘, 초록의 설렘은 넘쳤으나, 그러나 이 그림의 잎맥 난이도를 머리로 계산할 수준은 내게 없었다.


이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매주 일주일에 1회 약 2시간 30분~3시간 씩 그렸다. 그러니까 한 달에 총 평균 12시간 이상은 투자했는데....... 한번 그림 보시겠어요?


자. 1월 작업 보시죠.

0.jpg 1월


그리고

2월 작업입니다.

1.jpg 2월


1월과 2월 꼬박 24시간 이상은 그린 셈인데... 뭘... 그린거냐구요?

(혹시 숨은그림 찾기 잘하시는 분이라면 쉽게 아실 수 있을거라구요 :) )


인내심을 그렸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앉아서 3시간을 채색해도 친구들은 저번 시간과 뭐가 달라졌느냐 물었다. 큰 변화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1월에 시작하자마자 사실 너무 힘들어서 (끝이 어딜지 모르겠는 답답함) 하기 싫었다. 그리고 꽤나 잘 적응했다. 어떻게? "결과를 생각하지 말자. 채색에 집중하자." 자세를 고치면서. 여기서 '채색'은 거의 '줄긋기'다. 0호 세필붓으로 계속해서 잎맥을 긋는다. 손이 덜덜 떨려서 선생님이 주신 막대기를 지탱해서도 그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문제는 끝이 나지 않는 도돌이표같은 작업이라는 것이다. 선생님이 나를 테스트하는 느낌이었다.


'저 친구는 언제까지 제자리만 걸을 것인가?'



나는 꽤나 우직하게 제자리를 걸었다. 오히려 선생님의 인계심이 한계에 달았던 것 같다. 그게 3월이다. "이제 끝마무리를 하죠~" 라셨다. (까스활명수 마신 느낌이었다!) 힘 줄 라인은 힘 줄수 있게 터칭을 해주셨다. 마지막 라인은 블루계열이 들어갔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그림에 마침표가 찍혔다.


20230316_153451.jpg 3월 - 완성!



그렇게 이 그림만 8개월(손 안댄 개월수 뺌) 그리면서 느낀 점.


1. 잎맥 그려도 바나나잎이 좋으신 분? 이건 나에 대한 도전입니다

2. 잎맥이 많은 (이런) 그림은 평생 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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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박수하트 한번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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