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연을 끊게 된 사람이 있는데 나에게 요상한 위로를 하려다가 관계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임신했었는데 내가 유산된 걸 아는 그 친구는 몇 달 지나 본인 출산 전후 쯤에 카톡으로 나에게 잘 되었으면 한다고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가 절연으로 끝났다. 겨우 잊으려고 했던 나의 유산기. 그러니까 나도 건강한 출산을 했다면 그 친구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했겠다는 기억을 상기시켰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컸고, 나로 하여금 본인의 행복을 혹은 고난을 상대적으로 확인받거나 극복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해석을 했던 것이다.
그녀는 분명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었는데 내가 답변을 했다가 짚을건 짚어야겠다며 서로 핑퐁하다가 쫑났다. 아직도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 뭐였을까 두고두고 미스테리다.
결혼한지 5년째인 2019년에 본격적으로 난임병원을 다녔다. 작년에 나는 심리센터에 잠시 다녔다. 나는 참 온전하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알면 모두가 사실 나를 대할 때 주춤해진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말을 해도 안됐다, 불쌍하다 할 수 있을 만치의 힘듦일거다. 친구에게 내 근황을 표현하길 "예민함으로 뭉쳐있어 내 상황만 말해도 홍해 갈리듯 갈릴걸"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출산 육아를 하고 있던 그녀가 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처럼 호기롭게 대해서 나의 화를 돋구었다. 당시에 다 가진 사람이 날 내려다보면서 우쭐하는 것 처럼 보였으니까.
블로그에도 여러번 기록해두었는데 아이유의 '러브포엠'의 곡의 의미를 풀이하면 그렇다. 내 속을 가장 시원하게 긁어준 성숙한 위로의 예였다.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고 잘 되길 바라면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이 가장 고맙다. 내가 정말로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면 좋은 소식 생길 때까지 가만히 두는 것이 최선일거다.
오랜만에 시집이 보고 싶어서 집에 있는 책 아무거나 꺼냈다.이 시를 보니 무릎을 탁 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