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야지
2006년 부터 나름대로 꾸준히 블로그를 들락날락해온 나는, 풍랑의 시절을 허투루 보내버리지 않겠다는 일념을 글로 풀어냈다. 철저히 내가 나를 위한 글을 써온 것인데 블로그의 글 기록은 곧 500개가 될 예정이고(비공개 포함) 사진을 함께 올린 게시물은 곧 700개가 된다.
문득 이 것들의 쓸모를 생각해본다.
나는 그 동안 글을 쓰며 무엇을 얻었을까?
내가 쓴 글을 몇개 좀 읽고 다른 사람들의 글도 읽어보았는데 중고등학교 때 보았던 교과서 <글의 성격과 종류>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 기사문, 편지글, 설명문, 그런 것들 말이다. 요즘은 블로그가 홍보성글이 주를 이루지만 이 마저도 개인의 일기처럼 교묘하게 광고를 스며들게 쓴 글들이 있어 교과서도 조금씩 바뀌어야할 것 같다.
그럼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형식의 나의 글을 좀 민감하게 들여다보자면. 다른 사람들의 일기와 조금 다른점을 발견했다면. 글이 사람처럼 만약에 체스의 말처럼 서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면 앞을 보지 않고 있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걸어갈 것 같은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모두 정지된 사물이라 한다면 옆이나 내 자아가 있는 뒤를 바라보고 쓴 글이라고나 할까.
독백이나 읊조림에 가까워서 글이 재미가 없는걸까? 싶다. 습관처럼 내가 나를 위해 편한 글만 써왔으니까. 오히려 문학에 가까운 느낌인데 문학적이지도 않아서 이상한..
다른 사람들의 일기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방향의 글이 많은 것 같았다. 좀 더 확고하고 전달할 것이 많아서 힘이 느껴지고 뇌리에 더 남았다.
나의 글이 습관적인 무언가를 털어버리고 의식적으로 재정비해야할 시점이 왔다.
그리고 쓸모있는 글을 남기고 싶어졌다.
아니 읽고 싶은 글...
상상해보니 부끄럽다.
아직 멀었나보다.
하지만 그래도 가야지.
2021.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