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에는 '스타트'를 배웠다. 수영의 스타트란 다이빙과 비슷한 출발 모션이다. 남들이 하는 모습을 보면 쉬워보이는데 막상 그 자리에 가서 내가 하려고 하니 공포감이 밀려들었다. 가장 처음으로는 서서 점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무릎을 꿇고 자세를 취하고 들어가며 익히는 중인데도 겁이 났다. 같이 스타트를 하려고 줄을 섰는데 옆에 선 회원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난 이거(스타트) 너무 무서워요. 이거 꼭 배워야하나 싶어.. 안해도 될 것 같은데.."
25m를 쉼 없이 여러 영법으로 10회정도 돌고나서 새로운 동작이었던 '스타트'를 배우자니 휴식이 되어 좀 신이 났던 나였다. 잘 하지는 못해서 얼굴이 수영장 바닥에 닿을까봐 겁이 나지만 (스타트 후 눈을 뜨니 몇 차례 수영장 바닥이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묘한 스릴감에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플립 턴'을 배우기 시작했다. 우리가 스타트를 배울 때 상급반에서 플립턴 배우는 것을 봤는데 너무 진도가 빠른게 아닐까? 난 아직 접영을 겨우 하는데.. 난 아직 스타트도 못하는데... 지금 나에게 맞는 진도가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의구심이 짙어졌던 이유는 플립턴이 너무 힘든 나머지.. 물을 왕창 먹어서 코가 마비가 됐다. '음~~~~' 소리를 내며 돌라고 하셨지만 나는 '음~~. 음~~.' 끊어지면서 잠시 끊어질 때마다 코에 물이 들어왔다. 쉬지 않고 코로 공기를 뱉어내고 싶었지만 왜인지 잘 되지 않았다.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수면 위로 올라오고 레인 끝으로 걸어가는 구간 내내 콧속에서 맑은 물이 콸콸 쏟아졌다. 괴로웠다.
얼마 전에 스타트를 하며 공포감을 느꼈던 옆 회원님 말씀을 내가 하고 싶었다.
"난 이거(플립턴) 너무 무서워요. 이거 꼭 배워야하나 싶어.. 안해도 될 것 같은데.."
하지만 나의 수영 선배님(이자 내 친구)은 말하셨다.
"수영장의 고인물이 되고 싶어."
혹시 고인물이 되려면 이 수난을 모두 뛰어야 하는건가요..?
고인물이 되려면 스타트와 플립턴은 마스터 해야겠지요...?
아직 수영을 막 배워가는 중인 나에게 '수영장의 고인물'이란 생각해본 일이 없지만 취미 수영의 끝을 감히 상상해보게 됐다. 매번 배우거나 상급반처럼 스타트를 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이 모션을 잘 해야 다음 반으로 넘어가는건가? 물안경 속 눈물 대신 쏟아져내렸던 나의 콧물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에게 궁극의 수영이란 얼마 전까지는 접영이었는데 스타터와 플립턴을 마스터하는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