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하는 데 필요한 것

by 도요

후쿠오카에서 돌아온 내게 삶은 더 이상 숙제가 아니었다. 여전히 빨래를 널고, 카레를 끓이고,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 겉으로는 별다르지 않은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안의 경계가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다는 점이리라.


진창 속을 발버둥 치던 시간은 기억 속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그가 남긴 상처는 더 이상 쑤시지 않았다.

가끔 떠오르는 일도 있었지만 — 그때 최선을 다한 '나'를 원망하지 않고, 그저 보듬을 수 있었다.



조금 더워서 창문을 열어둔 여름 끝자락의 밤. 풀벌레 소리가 기분 좋게 귀를 울렸다. 모로 누워 베개를 껴안고 휴대폰을 보다 몇 번이고 킥킥 웃었다.

모든 게 이대로도 괜찮았다.


누군가의 존재로 하루를 채우지 않아도, 고요가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치열했던 계절은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방을 채운다.


긴 이별의 여정 끝에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다시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상대가 아니라, 달라진 나 자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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