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언제 헤어졌냐는 주변의 질문이 곤혹스러웠다.
나는 언제 이별을 한 걸까?
그의 앞에서 나는 수도 없이 울었고, 그는 단 한 번도 내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인내하면 언젠가 돌아봐 주리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관심은 오히려 더 깊이 스스로를 향했다.
그가 날 보고 있지 않던 수많은 순간, 나는 이미 조각조각 떠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별은 항상 공기 중을 부유했다.
함께 맞이한 나의 두 번째 생일에 그는 아이스박스 케이크를 사 왔다. 예약까지 걸어 사 왔다고 생색을 냈지만, 그건 내가 싫어하는 케이크였다. 예의상 두어 입을 먹자, 남은 케이크를 그가 혼자 기쁘게 먹어치웠다.
서운함을 꾹꾹 누르며 장난처럼 말했다. "다음 생일에는 오빠가 좋아하는 케이크 말고, 키친205 딸기 케이크 사 줘. 나 그거 진짜 먹어보고 싶어."
예의 '고해성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가끔 건네는 달콤한 순간에 항상 목말라있던 내게, 생일은 기회처럼 느껴졌다. 그가 날 사랑한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평상시 그의 무관심을 잘 알기에, "거기 케이크는 네이버로 미리 예약해야 해. 올해는 진짜 내가 먹고 싶은 걸로 사주라." 몇 번이고 못을 박았다.
죄질이 나빴는데도 그를 용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작년처럼 서운하게는 하지 않겠지, 기대하는 마음이 피어났다.
하지만 진실로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주 작은 일 하나면 충분했다.
가게를 마감하고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뭔가를 준비한 양 실실 웃고 있었다. 나는 간단히 저녁을 차렸고, 자정을 앞두자 그는 케이크를 꺼내 초를 꽂아 나오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조각조각 포장되어 홀케이크처럼 붙여 놓은 바스크 치즈케이크. 차로 3분이면 갈 키친205에 가기 귀찮아, 배달 앱으로 주문한 케이크였다. 그게 다였다.
그가 이렇게 큰 잘못을 한 후인데도, 내가 진정으로 딱 하나 바란 것조차 받지 못했다. 기분은 이미 엉망진창이 됐고,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퍽퍽한 케이크를 포크로 자르며 깨달았다. 바스크 치즈케이크 또한, 그가 좋아하는 거였다. 기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 선 넘었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다. 대화는 이어졌지만, 내 안의 감정은 조용히 꺾여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떻게 이 마음속 수라장에서 벗어나야 할지 온종일 고민했다.
그래도 며칠을 그냥 버텼다. 관계를 정리할 기력도, 싸울 에너지도 남지 않았으니까.
며칠 후 아침, 가게 오픈 준비하다 문득 카톡 하나를 보냈다. "버티기가 힘들어서 죽고 싶다." 그 한 마디는, 그에게 보내는 마지막 구명 요청 같은 거였다.
"아침부터 욕 나오게 하지 말아 주라." 싸늘한 한 마디가 돌아와 꽂혔다. 이번에야말로 이 일을 핑계 삼아 헤어질 수 있겠구나, 하고 기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왜 진작 헤어지지 못했을까.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던졌으나 답을 얻지 못한 물음에, 처음으로 실마리 같은 답이 떠올랐다.
이 관계를 끝까지 감당하는, '책임감 있는 나'로 남고 싶었던 욕망. 그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마저 내가 감당할 수 있으리란 믿음.
그 믿음이 결국, 이 관계 안에 나를 가두는 족쇄가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조용히, 이 관계에서 걸어 나오기로 했다. 그리도 피하고 싶었던 이별이 마치 새로운 삶의 서막처럼 느껴졌다.
우리의 사랑은 케이크 하나로 끝났지만, 나는 끝이 아닌 시작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