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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 단절> 시즌 2에 대한 단상

서로를 알아볼 때 발견되는 의미

by 도유


세브란스 포스터2.jpg 출처 : Apple TV

⚠️ 스포일러 포함

직장인이라면 '누가 나 대신 일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나 대신 일하는 사람이 나라면? <세브란스 : 단절>에서는 직장에서 일하는 나와 일상에서의 내가 분리된다. '단절 수술(Severance Procedure)'은 회사 안과 밖의 기억을 단절시킨다. 회사에서는 회사에서의 기억만 가질 수 있고, 회사 밖에서는 회사 밖에서의 기억만 가질 수 있다. 한 사람이지만 회사 안과 밖의 자기를 통합하여 인식하지 못한다. 회사에서는 존재는 '이니(Innie)'로 불리고, 회사 밖의 존재는 '아우티(Outie)'로 불린다.


<세브란스 : 단절> 시즌2는 이니가 비인간화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비인간화(dehumanization)는 한 인간이나 집단을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 결여된 존재로 인지할 때 발생한다(출처 : 위키백과). 회사 '루먼(Lumon)'의 단절 층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단절 수술을 받는다. 단절 층에 있는 'MDR(Micro Data Refining)' 팀의 어빙이 해고되자 동료 딜런은 어빙은 사람이고 우리를 떠났으니, 장례식을 하고 싶다고 한다. 단절 층 관리자 황은 상사에게 '어빙의 장례식을 해주면 안 된다. 그러면 자기들이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루먼의 관리자들이 이니들을 비인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먼의 관리자들이 이니들을 비인간화하는 것이 이니들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폭력을 가능하게 했을 수 있다.


이니와 아우티는 같은 한 사람이지만, 아우티의 결정이 이니의 결정보다 우선시된다. 딜런 이니는 회사를 그만두려고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자신의 아우티가 아직 네가 필요하다며 사직서를 반려한다. 이니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아우티의 승인 없이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아우티에 의해 자신의 권리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이니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헬리 이니는 자신의 아우티가 이니인 척을 하고 회사에 출근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여자(아우티)에게 내 신분을 뺏을 권리는 없다.'라고 주장한다.


한 사람이 이니와 아우티로 존재하는 것은 관계의 새로운 역동을 만들어 낸다. 아우티에게 소중한 사람은 이니에게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크 아우티의 아내 제마는 루먼에 의해 사고로 죽은 것으로 위장되었고, 루먼에 감금된 채 일을 하고 있었다. 마크 아우티는 아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되자 자신의 이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아내를 구하려 한다. 마크가 아내 제마 구하는 과정에서 마크와 제마는 다음과 같은 관계로 서로를 만난다.


①마크 아우티 - 제마 이니

②마크 아우티 - 제마 아우티

③마크 이니 - 제마 이니

④마크 이니 - 제마 아우티


이 중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알아본 것은 아우티끼리 만났을 때뿐이었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때 서로에게 의미가 생긴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처럼 서로를 인식할 때 서로에게 꽃이 된다. 이니와 아우티 사이 전환으로 상대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가지는 의미는 존재하나 발견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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