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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에 대한 단상

끝내 나를 받아줄 사람을 찾아서

by 도유


출처 : Netflix


⚠️ 스포일러 포함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대학생이 되고 나와 절교했다.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해 이해할 수 없는 이별이었다. 관계의 끝에서 상대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볼 수 있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볼 때 그에게 중요한 가치가 그를 이끌어왔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나를 만난 것임을 보게 되었다. 그제야 나는 미워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은중과 상연>은 친구인 은중과 상연 사이 관계 역동을 10대에서 40대에 걸쳐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우정은 평면적이지만은 않아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은중과 상연은 상대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줄 만큼 사랑했다. 동시에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상대를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인생은 한 사람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어서 부러워하는 주체와 대상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비교에서 오는 좌절은 그들을 따라다녔다. 삶이라는 여정 속에 은중과 상연은 함께 하기를 선택하기도, 서로를 떠나기를 선택하기도 했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진 가까운 친구. 그가 가진 것은 나에게 없는 것을 상기시킨다. 상연에게 어머니는 칭찬에 인색하고 엄격한 어머니였다. 그리고 상연에게 오빠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과묵한 사람이었다. 그런 어머니와 오빠가 은중에게 다정하게 다가갔다. 상연이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상학은 상연이 아닌 은중을 사랑했다. 상연은 '언제나 그랬듯 내가 사랑한 사람은 나보다 류은중을 더 사랑한다.'라고 회상한다. 상연은 자신이 받고 싶었던 사랑을 빼앗긴 상실감을 느꼈다. 은중은 상연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누가 끝내 널 받아주겠니.'라는 은중의 말이 상연의 30대를 지배했다. 상연은 누군가는 자신을 받아주고,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상연의 마음 깊은 곳에는 결국 아무도 자기를 받아주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 것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았다. 상연은 자신을 평생 좋아해 줄 것 같은 사람과 결혼했다. 끝내 나를 받아주는 사람을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의 마음이 변했고, 그들은 이혼했다. 상연이 죽기 전에 자신이 배신했던 은중을 다시 찾아온 이유는 결국 나를 받아주는,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일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이런 나를 사랑하는지.' 되묻게 된다. 나의 약한 모습을 알게 되면 떠날까 봐 불안해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줄 알면, 나를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에게 사랑받을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때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와 싸울 힘을 얻는다. 상연은 사랑을 받을 수 없었기에 스스로를 사랑하기 어려웠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어서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사랑도 받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선택하기. 은중은 상연에게 받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기를 택했다. 관계에서 상처가 생기면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기 어렵다. 하지만 관계는 똑같은 적이 없고, 늘 변화한다. 상처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상처는 우리가 사랑했다는 증거이며, 나와 상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보여준다. 우리의 관계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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