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외형을 평가 대신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한국과 노르웨이는 엄연히 다른 국가로 그 문화차이가 클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거주해 보니 그 문화 차이는 꽤나 컸는데요.
이에 오늘은 노르웨이 문화 적응 편으로 노르웨이 사회에서 어떻게 외형을 바라보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노르웨이에서 거주하며 느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점 미리 안내드립니다.
제가 노르웨이에서 가장 다르게 느낀 부분을 꼽자면 바로 외모, 몸매에 대한 외형적인 평가가 전혀 없다는 점으로 한국에서는 얼굴형, 얼굴크기, 피부색, 얼굴피부, 치열, 몸 체형, 키 등에 외형에 대해 쉽게 지적하고 평가해 이에 어린 시절은 물론 성인이 돼서도 외형 부분으로 인해 자신감이 저하되거나 또는 마음에 상처를 하나씩 가지기 마련인데요.
한국에서는 패완얼이라는 단어가 존재할만큼 외모에 대한 중요성이 두각 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이와 같은 표현을 나타내는 단어조차 찾기 힘듭니다.
특히 타인의 외형의 좋은 점보다는 안 좋은 점을 찾아 가감 없이 말하고 놀리기도 하는 반면, 노르웨이에서는 남의 외형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지도 장난치거나 놀리지도 않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울러, 한국에서 여자가 화장이라도 해야지. 맨얼굴로 가면 민망하다. 입술이라도 발라 생기 있어 보여야지라는 등의 말을 듣고 암묵적인 사회의 젠더 규범 속에서 쭉 자라온 저로서는 노르웨이 이민 초기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갈 때도 화장을 안 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꾸밈없이 나오는 그들의 모습에 용기로 느껴지기도 했고 자고 일어나서 세수, 양치하고 나온듯한 그대로의 모습이어도 가족을 포함한 그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신장에 대해 말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한국에서는 고민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외형으로 인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연자들을 꽤 만나볼 수 있듯 '여자가 키 작으면 그래도 귀엽기라도 하지 혹은 남자가 키 작으면 소위 말해 돈이라도 많아야지' 하는 등의 여자는 키 작아도 괜찮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는 등의 단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키지만 남자기 때문에 안 좋고 여자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다는 비교를 하고 또 그 안에서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안 괜찮다는 나누기를 하죠.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키가 작던 크던 그것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습니다. 물론 평균적으로 신장이 큰 사람들이 많지만 작은 사람들도 그만큼 많은 건 노르웨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양 국가에서 모두 작은 신장을 같은 그룹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한국에서는 종종 키가 작으니 살찌면 더 뚱뚱해 보인다 또는 일을 하다가 키로 인해 괜스레 비꼬는 사람들도 만난 적 있었고 이로 인해 상처가 됐던 적도 있습니다. 괜한 주눅도 들기 마련이죠.
이는 작은 여자뿐만이 아닌 유년시절 키가 크다는 이유로 놀림받아 일부러 어깨를 구부정거리며 다녔다는 얘기를 키 큰 여성 모델들이 말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키가 크던 작던 좋은 소리,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면 북유럽 사람들의 평균 신장은 180cm가 넘지만 키가 작거나 크다는 이유로 우월감,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문구나 광고자체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또 한 번은 노르웨이 여성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키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 데, 이에 183cm 정도의 신장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힐 신으면 190cm 가까이 되니 너무 크게 느낄까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하자, 이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힐을 신을 수 없는 키는 없어. 그냥 네가 원하면 신는 거야. 그런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띵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180cm 넘는 여성이 이와 같은 고민을 말했다면 위와 같은 답변보다는 "그래 아무래도 그렇긴 하지. (타인들이) 부담스러워할 거야."라는 뉘앙스를 언급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몸매에 관해서도 여자가 근육이 과하면 남자처럼 보인다, 팔뚝이 가늘어야 한다, 피부가 깨끗해야 한다, 말라야 한다, 보호본능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관념이 없기에 근육질인 여성, 그리고 소위 말하는 덩치가 큰 여성부터 다양한 몸매 체형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55,66,77등의 사이즈가 있지만 66,77을 입으면 날씬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몸매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단일화되어 있구나라는 점을 느끼게 됐는데요.
특히 한국에서는 다이어트 식품 회사의 마케팅이 활발한 것을 보면 사회 전체가 마르고 날씬한 몸매를 추구하고 뚱뚱하면 죄약시 되는 것 같아 불편했던 적도 있었어요. 아울로 한국에서 옷 쇼핑할 때에는 옷 사이즈를 점점 작게 만드는 건지 같은 사이즈더라도 잘 안 맞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사이즈가 단일화되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한 번은 한 옷가게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보고 사이즈를 물으니 점원 분께서 제 몸을 보시고는 더 큰 사이즈가 없다고 말해 오히려 내 체형이 평균을 벗어났구나 뚱뚱하구나라는 문제로 느껴졌던 적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체형도 살쪘나 뚱뚱한 건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한국에서의 옷 쇼핑을 하다 보면 디자인은 다양할지 언정 사이즈는 다양하지 않고 보편화되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체형 사이즈를 통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몸 사이즈가 작은 사람들을 위한 사이즈부터 플러스 사이즈까지 사이즈 폭이 꽤 다양해 옷 가게에 들어가서 옷을 입어보더라도 눈치라는 것 자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예쁜 옷을 입고 싶은 심리는 똑같지 않나요? 한국도 사이즈 폭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에서 가족, 친인척으로부터 다이어트 권유를 받거나 또 피부가 푸석해 보인다는 등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기에 이후 가족의 모임이 있는 경우 괜한 지적을 또 당할까 봐 스트레스를 받았는 데 노르웨이에서 이주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누가 나에 대해 뱃살만 더 빼면 몸매가 더 살아나겠다, 팔뚝살 좀 빼야 한다거나 피부가 푸석해 보인다, 사춘기도 아닌데 여드름/뾰루지가 아직까지도 나냐는 등의 말을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요. 피부에 아무리 여드름이 많다 하더라도 홍조가 심하더라도 그것을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문화가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또 친구들과 만나면 난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 이번에 피부에 뭐 났다는 등 외형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주변 노르웨이 친구들에게 한 번도 이와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노르웨이 남성은 어떨까요? 여성에게도 이상적인 바람직한 몸매를 내세우지 않듯, 남자에게도 동일시하게 적용됩니다. 한국에서는 남자 키가 180은 돼야 한다. 남자는 덩치가 좀 있어야 한다는 등의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는 반면 노르웨이 사회에서는 남성에게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기에 화장을 한 남자, 매니큐어를 칠한 남자, 치마를 입은 남자 등 종종 만나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3년 정도를 노르웨이에서 살다 보니 한국과 달리 노르웨이에서 외모에 대한 생각이 단조로워졌고 꾸밈없는 나 자체로도 편안함을 느끼고, 화장을 안 한 민얼굴 상태로 사람을 만나거나 외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외모 꾸밈에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되니 아침 시간이 훨씬 여유로워진 것도 덤이고요.
혹 길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내가 맨얼굴이건 화장한 얼굴이건 개의치 않게 되니 '내 모습이 추레해서 어쩌지?'라는 생각조차 안 들게 됐고 이는 노르웨이에서의 삶의 장점 중 하나로 적용되고 있어요.
드라마에서도 여주인공이 바른 립스틱, 든 가방 등이 이슈 되고 품절되는 소식이 그다음 날 기사로 송출되는 반면 노르웨이에서는 이와 관련한 기사도 광고도 전혀 없습니다.
주인공 역할 맡은 인물 패션도 흔히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옷차림을 하고 있어 사실상 노르웨이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노르웨이에서 바라보는 외형의 시선은 심플하고 간결합니다.
바로 그냥 있는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
우리의 모습, 그대로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