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가 서비스의 가치를 낮춘다?

by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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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아티클을 읽다가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접하게 됐다. 자동화를 통해 서비스를 개선했지만, 오히려 핵심 지표가 악화된 경우였다. 우리는 흔히 ‘빠르고 간편한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사례는 그 믿음에 물음표를 던진다.


이 서비스의 초기 모델은 소위 ‘수작업’에 가까웠다. 별도의 제품 없이 채팅만으로 운영됐는데, 사용자가 데이터를 보내면 담당자가 직접 계산하고 검토한 뒤 결과를 다시 채팅으로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말 그대로 사람이 하나하나 대응하는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당시의 결제 전환율은 60퍼센트에 달했다. 처리 속도는 느리고 과정은 번거로웠지만, 사용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채팅으로 데이터를 건네고 잠시 기다리면 누군가가 이를 분석해 결과를 가져오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사용자는 “이 정도 작업이면 돈을 낼 만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높은 전환율에 확신을 얻은 팀은 본격적으로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사람이 하던 복잡한 계산 로직을 시스템으로 옮기고, 결제 모듈을 붙이고, UI/UX도 깔끔하게 다듬었다. 덕분에 사용자가 입력해야 할 정보는 줄었고,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기능적으로나 심미적으로나 서비스는 분명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결제 전환율이 10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결과물의 퀄리티는 같았고 가격도 동일했으며, 사용 과정은 훨씬 간편해졌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인식’에 있었다. 사람이 채팅으로 응대하던 시절에는 사용자가 서비스가 제공되는 흐름을 그대로 경험하고 있었다. 데이터를 전달하고, 잠시 기다리고, 누군가가 이를 검토한 뒤 판단해 결과를 전달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사용자에게는 서비스 그 자체였다.


반면 자동화된 서비스에서는 입력부터 결과 확인, 결제까지의 플로우가 매우 짧아졌다. 정보를 입력하면 1~2분 만에 결과가 나오고 바로 결제 화면으로 이어졌다. 이때 사용자는 서비스를 제공받았다기보다는, '정보를 하나 확인했다'는 인상을 받기 쉬워진다.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니, 그 결과물에 비용을 지불해야 할 심리적 근거가 약해진 것이다.


이 문제를 인식한 뒤 해당 서비스는 사용자 경험을 다시 설계했다. 실제 처리 속도는 비슷하게 유지하되, 정보 수집과 분석, 검토, 결과 전달 등의 단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흐름을 구성했다. 그 결과 결제 전환율은 다시 회복되었다고 한다.


이 사례는 자동화가 가진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속도를 높이고 과정을 단순화하는 것은 사용자의 수고를 덜어주지만, 동시에 서비스가 수행하고 있는 일들까지 가려버릴 수도 있다.

편의성과 속도는 자동화의 중요한 기준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기술보다, 보이는 과정이 더 큰 설득력을 가진다. 효율성 뒤에 숨겨진 가치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자동화를 설계할 때는 ‘편리함’이 곧 ‘가치’와 동의어는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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