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잊지 못할 순간이 생겼다
피봇을 한 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다.
그 사이 우리는 GA 기준 약 500여 명의 활성사용자와 실제 회원 94명을 모았고, 6건의 유료 전환을 만들어냈다. 매출액도 작고 숫자만 놓고 보면 아주 작은 성과일지 모르지만, 우리 팀에게는 꽤 큰 의미다. 고객이 실제로 돈을 내고 우리 서비스를 선택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방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나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다. 본격적인 창업 시작 이후 항상 바쁘긴 했지만, 지금처럼 몰입해서 달려본 적은 드문 것 같다. 아침에 눈 뜨면 곧바로 메일함을 열어 메일을 확인하고, 밥도 거르고 팀원들과 회의를 이어간다. 직접 유저들에게 메일을 보내 결제 유도를 해보기도 하고, 문자까지 직접 보내며 반응을 확인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게 맞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르지만, 결국 다시 전송 버튼을 누른다.
예전 프로젝트들을 떠올리면 확실히 다르다. 그때는 대부분 가상의 유저를 상대로 했던 것 같다. 상상으로 페르소나를 그리고, 가정에 기대어 서비스를 설계했다.(물론 페르소나 설계는 중요하지만! 유저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실제 유저가 바로 옆에 있는 느낌이다. 우리 서비스를 쓰고, 구매하고, 불만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고맙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불편하다고 한다. 이런 목소리들을 직접 듣고 나니, 서비스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 그리고 앞으로 잊지 못할 순간도 생겼다. 바로 첫 매출이 발생했을 때다. 금액은 정말 적지만 그 작은 숫자가 내 눈에는 지난날들의 피로와 불안을 단숨에 씻어내는 신호처럼 보였다. 마치 “너희가 가는 길이 틀린 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아마 이 힘든 창업을 이어나가는 힘은 어떤 거창한 성과보다는, 이런 작은 순간들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앞으로도 우리는 유저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왜 구매했는지 묻고,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듣는다. 그러다 보면 의외의 통찰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치가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때도 있고, 사소하다고 여긴 부분이 결정적인 구매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서비스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우리 팀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요즘 우리는 매일매일이 실험의 연속이다. 하루에 하나씩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위한 실험을 설계한다. 광고 타겟팅을 바꿔보기도 하고, 메시지 한 줄을 수정해보기도 한다. 때로는 사소해 보이는 A/B 테스트가 유저의 행동을 크게 바꾸기도 했다. 어쨌든 이런 작고 사소한 성과들이라도 조금씩 쌓아가니 ‘아, 뭔가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있다. 이 나름의 성과가 정말 우리가 잘하고 있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결과인지 아직은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겸손하려고 한다. 내 판단을 의심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되묻는다. 스타트업은 속도가 생명이라 하지만, 속도만큼 중요한 건 방향일 것이다. 잘못된 길을 빠르게 달리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으니.
그럼에도 분명한 건 있다. 우리 팀은 성장하고 있다는 것. 단순히 ‘사업을 한다’는 차원을 넘어, 진짜로 고객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득해가고 있다. 책에서 읽은 문장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같이 부딪히고 깨지며 얻은 깨달음이다.
매일이 불확실하고, 해야 할 일은 끝이 없다. 그런데 지금이 가장 재밌다. 유저와의 대화 하나, 작은 실험 하나에도 팀이 웃고 울고, 그 과정에서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간다. 아마 지금 이 순간들이 훗날 이 시간을 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