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대신 데이터로 말하기
우리는 처음부터 감에만 기대지는 않았다. (물론 극 초기에는 감도 중요하긴 한 것 같다.)
사용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인터뷰로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잡았다.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가?”라는 질문이 모든 결정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직접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들의 행동이 기록으로 남는다. 어느새 회원이 300명에 가까워졌고, GA에는 매일 수십, 수백 개의 세션과 이벤트가 찍힌다. 고객의 발자국이 데이터라는 형태로 쌓이고, 우리는 그 흔적을 따라가며 길을 찾는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는 랜딩페이지 조회 후 가입 전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이전에는 27%에 달하던 전환율이 어느 순간 12%까지 떨어졌다. 처음엔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일별 전환율을 정리해 보니 한 가지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사전신청 버튼이 사라진 시점과 전환율이 떨어진 시점이 정확히 겹쳤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설을 세웠다. 초반에는 사전신청 버튼 덕분에 ‘얼리어답터’들이 적극적으로 몰렸지만, 버튼이 사라진 뒤 전환율이 떨어졌다는 건 결국 랜딩페이지가 전달하는 가치가 그보다 낮았다는 뜻 아닐까?
그렇게 판단한 우리는 랜딩페이지를 완전히 손봤다. 더 명확한 카피와 더 예쁘고 직관적인 디자인, 그리고 우리 서비스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구성으로 바꿨다.
결과는 분명했다. 가입 전환율이 다시 높아졌고, 최고 35%까지 회복되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 올라갔다. 직접 고객을 붙잡고 묻지 않아도, 데이터만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검증할 수 있다는 걸 배운 순간이었다.
물론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표본이 작으면 쉽게 왜곡되고, 지표를 잘못 세우면 오히려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데이터는 그 목소리를 보강해 주는 또 하나의 언어일 뿐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묻고 싶다. 감이 아니라, 데이터는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대답을 토대로 더 나은 실험을 이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