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를 준비합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겪어왔던 금융위기와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실물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폐업한 가게도 여럿 보이는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한 정치인의 말처럼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으로 잘 버텨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버티는 걸로 충분한 걸까?
길거리를 걷다 보면 폐업한 가게 못지않게 리모델링하는 가게도 많았다. 메가박스 · 올리브영부터 개인 음식점 · 카페에 이르기까지 내가 본 곳만 해도 적지 않다.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2월 말부터 새로 리모델링을 시작하는 곳이 꾸준히 눈에 띈다. 그중 한 점포가 문 앞에 붙인 문구는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이후를 준비합니다’ 2월 말에 봤으니, 지금쯤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여행 업계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하늘길이 막혔기에 여지도 없다. 그렇다고 잠자코 있는 건 아니다. 중화권 여행자 대상 한국 여행 질문・답변 플랫폼 ‘라이크어로컬’은 코로나19가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시기에 지역 리스크 헤지를 위해 영문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4월 오픈을 목표로. 다만 코로나가 팬데믹이 되면서 빛을 보는 시기는 뒤로 미뤄졌다. 반면 운이 따른 곳도 있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1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오너의 의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너 또는 기업 차원에서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졌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수석부회장의 지분 매입이 대표적이다. 그는 주식시장의 단기적 공포가 극에 달했던 3월 19일부터 5일간 총 817억 원 규모의 현대차 ·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였다. 이외에도 LG의 LG유플러스 지분 매입, GS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분 매입 등 수없이 많은 사례가 있다. 특히 포스코는 며칠 전에 무려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예고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움츠리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 삼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도 많았다. 역병은 언젠가 걷힐 테고, 가게 주인이든 스타트업 창업자든 대기업 오너든 앞으로도 계속 같은 일을 해야 할 것이기에.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전력을 다하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