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이번에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엔젤리그를 통해 크래프톤 주식을 소액 투자하게 됐다. 리드엔젤 참여를 결정하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분석했던 내용 및 고민했던 바를 가볍게 정리해본다.
크래프톤 1분기 실적
크래프톤의 1분기 부문별 매출액은 모바일 4,214억 원, 온라인 718억 원, 콘솔 113억 원, 기타 34억 원이다. 특히 모바일 부문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509%가량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지역의 매출액이 돋보인다. 4,518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0% 증가했다. 이외 지역은 북미/유럽 308억 원, 한국 241억 원, 기타 13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을 종합하면, 아시아 지역의 모바일 부문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중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펍지 모바일+화평정영의 5월 매출은 2억 2,600만 달러(한화 약 2,705억 원)를 기록해 왕자영요를 꺾고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인도 시장도 현재까지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1분기 매출 증가 이유를 설명할 근거는 파악하기 어렵다. 센서타워의 발표 자료를 보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1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4%가량 증가하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모바일 부문 매출 509% 증가, 아시아 지역 매출 170% 증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변수가 될 만한 요인으로는 ‘IP 계약 조건’을 꼽을 수 있다. 이에 펍지 모바일 퍼블리셔이자 크래프톤 2대 주주인 텐센트와의 계약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텐센트는 지난해 11월 크래프톤의 지분 2.9%를 추가로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크래프톤 매출에 긍정적인 요소가 없다면 텐센트가 굳이 크래프톤 주식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자세한 분석을 위해서는 IP 계약 내용 등 세부사항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2분기 실적이 나와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중국버전(절지구생)은 판호를 발급받지 못해 작년 5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텐센트가 이어서 화평정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화평정영이 절지구생의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가져왔고, 기존 사용자가 계속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게임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배그 모바일과 화평정영 사이에 아무 연결고리가 없고, 로열티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차기작 ‘엘리온’과 흥행 가능성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은 출시한지 2년이 지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도,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매출 순위가 하락했다. 그렇기에 배틀그라운드 매출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차기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크래프톤은 PC MMORPG 엘리온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이 엘리온에 쏠려 있기 때문에 IPO 시점에는 엘리온의 실적이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엘리온의 흥행은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다. 개발 규모와 무관하게, 신규 게임의 성공 확률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3N으로 불리는 넥슨, 엔씨소프트조차도 수년 동안 신규 게임 개발의 성공률은 별로 높지 않았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다.
리니지2M이 출시될 무렵, V4 & 달빛조각사와의 대결 구도가 주목을 받았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달빛조각사),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V4)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리니지2M)와 함께 리니지 초기 개발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V4와 달빛조각사 모두 훌륭한 게임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리니지의 아성을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에는 '한 가닥' 했던 게임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를 보면 리니지2(2003년)부터 리니지1(1998년), 뮤(2001년)까지 PC게임 IP기반 MMORPG가 1, 2, 3위다. 레이싱 게임이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과금 구조를 갖고 있는 카트라이더(2004년)도 이벤트가 있을 때면 매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곤 한다.
리니지와 뮤는 20년 전에 출시됐던 게임이다. 당시 게임하던 학생들은 지금 구매력 있는 린저씨, 뮤저씨로 돌아와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엘리온은 '추억'과 경쟁해야 한다.
그럼에도 투자를 결정한 이유
중소 개발사라면 차기작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될 수 있다. 게임 1개에 거의 모든 리소스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개발사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기업 가치 평가에 심각한 왜곡이 생긴다. 신규 게임의 성패에 따라 기업 주가가 큰 변동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형 개발사, 특히 크래프톤과 같은 유형의 기업은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크래프톤은 펍지, 레드사하라, 피닉스 등 여러 개발사를 산하에 둔 연합체다. 여러 게임을 독립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IPO의 의미도 다시 정의해볼 수 있다. 좋은 개발사와 경쟁력 있는 IP를 확보하기 위한 자금조달 시도로 말이다. 배틀그라운드도 블루홀(현 크래프톤)이 인수한 지노게임즈가 만든 게임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크래프톤의 개발 방식을 벤처캐피털(VC)의 투자 방식에 비추어 접근할 수 있다. 10개의 게임을 만들면 이중 2~3개의 게임이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면 엘리온은 10개의 게임 중 1개에 지나지 않게 되고,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다.
크래프톤의 성공 경험도 큰 자산이다. 배틀그라운드처럼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게임은 한국 게임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렵다.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든다면 다시 세계적으로 확산시킬 역량이 있다고 판단된다.
엔젤리그는 다른 회원의 초대를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 초대코드는 ( d1_vF78AYfd )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초대코드가 자동으로 입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