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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윤 Oct 01. 2018

초격차 –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초격차란 다른 누군가와 비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기술은 물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 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level)을 높이는 것입니다.


<초격차>는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만드는데 공헌한 권오현 회장(현 삼성 종합기술원 회장)의 경영 노하우를 적은 책이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실제 기업 경영에 적용 가능한 현실적인 조언이 많다. 게다가 직설적이어서 받아들이기에도 수월하다. 다만 초격차 전략을 실현하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적었다는 점은 아쉽다. 해당 내용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례를 빗대어서라도 일정 분량을 할애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책은 리더·조직·전략·인재 네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얼핏 전혀 다른 성격의 주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초격차 전략’을 중심으로 읽다 보면 각각의 내용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요점은 간단하다. 리더·조직·전략·인재 네 분야의 혁신을 통해 초격차 전략을 실행하고, 지속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본 글에서는 초격차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전략'은 경영에서 가장 많이 쓰이면서 중요한 단어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좋은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때때로 큰돈을 지불해가며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 기업의 상황과 전략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그에 맞는 목표와 방침을 세울 수 있다. 전교 꼴등인 학생이 단숨에 전교 1등이 되려 한다면 어리석다.


삼성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업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권오현 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을 내는 방법을 고민했고, 다른 누군가와 비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는 절대 경쟁력을 갖는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목표 설정 및 방식, 제조 라인의 운영과 시스템, 인프라, 일하는 방법, 문화 등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과정에 돌입했다. 즉, 기업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선택을 한 것이다.


초격차 전략은 혁신의 영역이다. 개선은 거의 실패하지 않지만, 혁신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혁신은 리더의 적극적인 주도와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윗사람이 주도해도 혁신은 쉽지 않다고 했다.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을 원한다면 반드시 사람을 교체해야 한다고 보았다. 예상과 기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보상을 통해 불평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을 그대로 존치시킨 채 혁신에 성공한 예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저자는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기 다른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면 미래를 잘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집중력이 분산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격차 전략을 위해서는 핵심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모두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핵심 프로젝트는 ‘이 일이 미래에 우리를 성장시킬 것인가?’와 같은 미래 지향적 질문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저자는 핵심 프로젝트가 정해지고 나면 다른 프로젝트들을 없앰으로써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에게 일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전달해서 혼란이 없도록 하였다. 모든 부서는 관행에 따라 움직이려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시대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저의 생각입니다.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혁신도 초격차도 없습니다.


한편 저자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인텔을 꺾고 세계 반도체 1위가 된 시점에 바통을 후계자에게 넘겨주며 물러나는 결단을 내렸다. 정점에서 내려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243억 원의 높은 연봉도 행동에 장애물이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교체의 대상으로 삼아 업적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다.

권오현. 초격차


지금 그 리더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현재’에 국한된 일입니다. 모든 리더의 성공은 ‘현재’의 틀에 갇혀 있습니다.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에 성과가 난다 해도 그가 떠난 이후에 부서나 조직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면 그는 리더의 중요한 덕목인 ‘지속력’ 관리를 소홀히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조직이나 회사의 현재 성공을 지속시킬 수 있는 ‘지속력’이야말로 리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요? p.34


김연아 선수 개인은 훌륭한 피겨 스케이트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피겨 스케이트 전체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우리는 한국 피겨 스케이트 선수의 이름을 김연아 외에는 알지 못합니다. 시스템이 진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만 주목받았기 때문에 결국 김연아라는 개인의 캐릭터만 남았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목격하는 조직의 문제와 많이 닮았습니다. p.136


혁신을 원한다면 이것을 늘 기억하십시오. 혁신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저항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자신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혁신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합니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예상과 기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보상을 해주어 불평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을 그대로 존치시킨 채 혁신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p.204


좋은 제품을 연구/개발해서 제조 공정을 통해 그 제품을 만들고,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가 만족하도록 판매하는 것이 제조업의 기본 골격입니다. 이를 위해서 개발팀, 제조팀, 그리고 마케팅팀이 존재합니다. 이 세 부서는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목표의 우선순위도 같거나 서로 연관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적자 사업부의 경우 각자 판단하는 일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다를 때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각자도생 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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