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어떤 사건에 휘말린 인물이 떠오르곤 했다.
사건은 내가 그 전까지 보고, 듣고, 접했던 글과 이미지가 어찌저찌 조합되어 만들어졌는데, 그 사건의 한복판에서 좌충우돌하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이 ‘쓰고 싶다’는 느낌이 들 만큼 내게 강렬하게 다가올 때 이야기를 끼적이곤 했다.
<완벽한 몸>은 테니스 경기를 보다가 ‘미래에 유전자 기술로 태어난 완벽한 운동선수들이 쏟아져 나올 때, 과연 그 선수들이 유전자 기술로 태어나지 않은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할까?’란 의문이 떠올라 쓰게 되었다.
<조건과 조건 사이>는 이직 준비를 하다가 문득 구직을 위해 적어내는 조건 중 일부는, 결혼정보회사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조건이란 생각이 든 데서 출발했다. ‘구직자와 구혼자의 공통된 절실한 심리를 악용해, 개인정보를 헤드헌팅사와 결혼정보회사 양측에 이중으로 팔아 넘기는 사기꾼이 있다면?’이란 질문이 떠올라 쓰게 되었다.
<스노우볼>은 눈 내리는 스노우볼을 감상하다가 ‘사실 스노우볼의 트리도 누군가의 노동이 있어야만 저렇게 예쁘게 관리될 수 있는 거라면?’이란 질문이 떠올라 쓰게 되었다.
인물을 좌충우돌하게 하는 이런 불순한 if를 시작점으로, 앞으로도 계속 상상을 펼쳐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