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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결코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레버리지> 서평

by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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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고용자 아니면 고용인, 노예 아니면 주인, 리더 아니면 추종자다.

각 개인은 다른 개인을 섬긴다.

한쪽은 레버리지 하고 다른 한쪽은 레버리지 당한다.

아무도 당신을 위해 일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당신으로부터 돈을 벌고 있다.》


롭 무어, <레버리지(LEVERAGE)> 서문







종합 베스트셀러 자리에서 꽤 오랜 기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책, <레버리지>를 드디어 읽었다. '레버리지(LEVERAGE)'란 일종의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자 철학이다. 사회 고소득층, 흔히 말하는 부자들 중에 레버리지의 원리를 적용하지 않고 부를 이루고 축적하고 지속하고 성장시키는 사례는 거의 없다. 즉, 레버리지를 이용하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갖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첫 직장에서 200만 원을 간신히 넘기거나 추가 수당이 없으면 그마저도 가닿지 못한 급여를 받았다. 그로부터 일 년 뒤 최근 프리랜서 일을 시작하면서 두 배 이상이 되는 소득을 받기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2.5배에 달하는 소득이 들어올 예정이다.) 매달 간신히 찍힌 급여의 앞자리 수는 1, 운 좋으면 2였던 내게 3 그리고 4 심지어 5 어쩌면 6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가슴 뛰는 일이었다. 운 좋게 좋은 고용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착각) 했다. 누군가에게 그 정도 소득은 별것 아닌 일일 수 있지만 내겐 아니었다. 일 년 사이 두 배를 훌쩍 넘긴 소득은 나를 만족시켰다.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처럼만 살아가면 되겠다는 안정감을 안겨주었다.







나에게 충분히 긴 지렛대를 준다면, 나는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 아르키메데스










이런 와중에 만난 책이 바로 '레버리지'다. 레버리지를 읽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프리랜서는 일반 회사 정규직과 달리 일정한 급여가 없다. 즉 일한 만큼 소득이 생긴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속된 말로 더 열심히 나를 갈아 넣으면) 더 많이 번다. 주 5일 동안 꼼짝없이 일하고 쏜살같이 순삭 되는 이틀을 끝까지 보내지 않으려 애쓰며 매일, 매주, 매달을 살았다. 그렇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나에게는 지금 당장 나를 만족시킬 만큼의 돈이 벌리고 있지 않은가. 내 생의 유례없는 소득, 무엇보다 열심히 한 만큼 보상받는 느낌이 좋았다. 열심히 일해도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없는 월급보다 훨씬 정당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레버리지>의 저자 롭 무어는 이러한 소득 구조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나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용역(프리랜서)으로 고용한 이는 가만히 있으면서(그 어떤 시간과 노동을 하지 않도고) 내 소득의 3배 이상을 취하고 있었다. 단지 나를 고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노동력과 시간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부를 이루고 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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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는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수행하고,
당신이 잘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위임하는 기술이다.

- 14P







이게 바로 레버리지의 원리이다. 고용자는 나를 레버리지 한 것이다. 나라는 용역을 통해 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가만히 돈을 번' 셈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고용자니까 당연한 거고.', '꼬우 면 네가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혹자의 말이 전부 맞다. 고용자는 당연하게 누군가를 레버리지 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서 '일한 만큼만 돈을 벌 수 있'라는 기존의 구조를 파한다. 저자 롭은 이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선택의 자유를 갖지 못한다고 말한다. 주 5일을 일하느라 꼼짝없이 묶여있던 나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레버리지를 구축한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고 무엇보다 자유를 얻은 채 살고 있었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경제적 자유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실현하고 싶은가. 좋은 차, 좋은 집, 명품과 각종 고가의 액세서리들(도 물론 좋겠지만) 나의 인생을 반추하며 결론을 내렸다. 보다 명확해졌다. 내가 레버리지를 구축해야 할 이유는 특정한 물리적 대상에 대한 소유가 아닌 선택의 자유를 얻기 위함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들이 있다. 그것을 생각만 하지 않고 직접 실행하며 살기로 선택할 자유, 나를 괴롭게 하고 스트레스받게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던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나를 갉아먹는 일들을 더 이상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갈망한다.


산다는 게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희뿌연 안갯속에서 일말의 실루엣을 발견한 기분이다. 안개 너머에 푸른 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이 원리를 깨닫지 못해서 지금껏 내 삶이 이토록 불투명해왔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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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힘에 굴복하지 마라. 열심히 일하고 무지한 상태로 침묵하라는 기만과 세뇌에 속지 마라. 당신이 없어도 모든 일이 진행될 수 있게 할 수 있다.
시간을 정복할 수 있다. 주변의 존재들이 당신에게 가하는 압력을 거부하고,
그들의 긴급한 일이 아니라 당신에게 긴급한 일을 수행하라.

- 16P





고용자에게 말했다. 지금 업무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당연히 수익은 줄어들 것이다. 그는 내게 말했다. "괜찮겠어요?"





당신이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해야 하는 일은 빨리 포기하라.
그래도 안 죽는다.
그러나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 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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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 괜찮았다. 유례없는 소득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또 적은 소득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지 앞이 캄캄했다.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눈앞에 일들, 수중에 돈들에 연연했다. 지금 당장 내야 할 월세, 생활비들에 심장이 콩알만 해졌다. 단기적인 일들에 연연하느라 멀리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랬던 내게 저자 롭의 말은 퍽 위로가 되었다. '그래도 안 죽는다.' 동시에 그는 오히려 '빨리 포기하라.'라고 말한다. '당신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책을 덮은 후 롭과의 긴 대화를 마친 기분이었다. 더 이상 안 괜찮지 않았다.





될 수 있는 최선의 당신이 돼라.

- 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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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자유를 위해 지금 당장 눈앞의 벌리는 일시적인 소득 대신 나의 시간을 축적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제 나의 레버리지를 꾸리는 시간에 투자한다. 남의 프로젝트에 쏟아낸 열성을 이제는 내 삶에 쏟아내려고 한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그래도 되지 않겠나. 롭의 말처럼 될 수 있는 최선의 내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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