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vs 보기만 해야

- 아이를 보는 당신은 어느 편?

by moonlight


13년 전 첫 조카가 탄생했을 때 집안 식구 모두가 녀석에게 사랑의 눈빛을 쏘아댔다. 사랑의 독점자였던 조카는 시종 도도한 표정이었고 가끔 은혜로운 미소를 주었다. 다른 지방에서 생활하던 나에게 조카는 "보기만 해도" 좋은 존재였다.



6년이 지나 내게도 아이가 찾아왔다. 부모로서 생명의 신비함과 소중함을 느꼈는데, 이때도 "보기만 해도" 좋았다. 고백컨데 부성(父性)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고, 육아를 아내가 전적으로 담당했기에 가능했다. 아침에 일어나 쌔근쌔근 잠든 녀석의 이마에 뽀뽀하고 출근했고, 야근 후(종종? 회식하고) 늦게 와서는 곤히 잠든 녀석의 손등에 뽀뽀했다. 이런 아빠에게 아이는 "보기만 해도" 좋은 존재다.


그러다 아이가 크면서 우여곡절 끝에 육아를 하게 되고, 육아가 생활이 되면서 산전수전을 경험했다. 먹이고 흘리면 씻기고, 놀다가 땀나면 씻기고, 로션 바르고 머리 말리고 옷 입히고 젖은 옷과 수건을 세탁실로 보낸다. 그리고 돌아서면 놀이를 갈구하는 아이 눈빛.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이의 의사표현이 자연스러워질수록 아이는


"보기만 해도"가 아니라 "보기만 해야" 좋은 것이 아닌가.ㅠㅠ



놀이터에 가면 아이들 영역과 엄마들 영역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엄마들은 저녁 식단에서부터 육아용품, 건강, 교육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나누느라 바쁘다. 가끔 어른 괴물이 필요해 찾아온 아이들에게 놀이터에선 너희들끼리 노는 것이라며 근엄한 손짓을 보낸다.


처음엔 엄마들이 이상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안전과 놀이법에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알겠다.


아이들은 "보기만 해야" 좋을 때가 있다.


"그 순간 엄마들에겐 휴식이 간절히 필요하다는 것도."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의 온도 : 39.9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