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이의 선행학습

6개월? 선행 중인 17개월 둘째

by moonlight

쑥쑥이(첫째)가 초등학생이 되고 얼마 후 수학 문제집을 함께 풀이하는 일정이 생겼다. 종종 셀파 안 하냐며 큰소리를 내는 것을 제외하곤, 가끔 옆에서 천천히 함께 문제를 읽어주는 것이 아빠 역할의 전부다. 그래도 매일 한 장씩 하다 보니 방학 전에 1학기 분량을 모두 뚝딱.


방학을 앞두고 2학기 문제집을 장만했다. 드디어 우리도 선행학습이란 것을 하는구나, 하다가 선행 기간을 헤아려보니 1개월 아니 인심 써도 2개월 정도. 이쯤이면 예습이라 불러야겠지만, 학교 진도보다 먼저 하는 것이니 괜스레 뿌듯한 마음을 가져본다.


쭉쭉이(둘째)는 언니를 보고 자란 덕에 자연스레 여러 분야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접하는 놀이기구, 문구류가 다양하고, 어른의 언어에 언니와 언니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행동을 따라 하니, 통상 첫째로 태어난 또래보다 빠르다. 스케치북에 색칠도 잘하고, 아직 문장은 아니지만 띄엄띄엄 단어를 말하거나 이것저것 가져오라는 심부름도 잘 알아듣는다.


고 생각했는데 책을 찾아보니 그 월령에 맞게 성장하고 있었다.

쭉쭉이를 아기라고 생각해서인지 변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대견해 보인다. 그런 중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선행학습에 성공(?)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음식인데, 이미 세상의 단맛과 쓴맛을 알아버린 8살 쑥쑥이가 먹는 것을 울면서 바라보는 쭉쭉이. 때론 가지런히 양손을 모아 '주세요'를 하고, 때론 '아~ 아~' 하며 입을 크게 벌리는 녀석을 계속해서 외면하기란 웬만큼 냉정해선 불가능하다. 그래서 하나둘씩 공유하게 된 음식. 이제 아빠는 거침없는 쭉쭉이의 먹성을 뿌듯해 하며 자랑스레 선행학습이 부른다.



그런데 차츰 쭉쭉이의 꿀피부가 오돌토돌 비포장으로 변해간다.

지나친 선행학습에 따른 부작용이랄까. ㅠㅠ

왠지 녀석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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