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4일째, 아빠가 쓰러지다!

아빠 육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by moonlight

휴가다. 출근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둘째가 어려서 사람들이 많은 피서지에서는 휴식을 누리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휴가엔 건강검진을 하고, 아이들과 연극을 보고 과학관 관람을 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곧 필요할 것이라 믿으며 여권을 만들기로 했다.


첫째 날. 수상한 사진관에 갔다. 쑥스러워하던 쑥쑥이가 거울을 보더니 혼자서 머리를 다듬는다. 부끄럼 없는 둘째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가발을 쓰고 사진관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정신없다. 겨우겨우 사진을 찍고 병원에 갔다. 예상보다 긴 대기시간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 끝났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식당에 갔는데, 둘째의 기분이 점점 올라간다. 아~ 낮잠 시간이 지났다. 통제가 어려워지는 상황. ㅠㅠ


둘째 날. 오랜만에 찾은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과학관을 찾아 로봇 공연과 버블쇼를 즐겼다. 틈틈이 첫째는 여러 체험을 했고, 둘째는 많은 사람 사이에서 흥분해 있었다. 차분히 낮잠을 자야 하는데, 긴장과 흥분의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또 기분이 점점 하늘로 올라간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혼자 에너지를 발산했고, 급기야 아내는 차에서 내리자 토했다. ㅠㅠ


셋째 날. 사진을 찾아 구청으로 향한다. 이동하는 길에 가족사진을 나열하고는 각기 다른 얼굴형을 보며 서로의 이상한 점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한참을 웃었다. 둘째를 위해 준비한 휴대용 유모차에 여덟 살 첫째가 타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구청 민원실에 도착했다. 휴가철인데도 여권 신청하러 온 사람이 꽤 많았다. 오가는 시간과 머무르는 시간에서 느긋함을 즐기다가 식당에 도착하니 또 둘째의 기분이 붕붕. ㅠㅠ


3일 모두 둘째의 컨디션 조절에 실패. 옆에 있는 첫째도 보호자인 부모도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ㅋㅋ


급히 음식을 몰아넣고 서둘러 음식점을 나왔다. 후식으로 받은 아이스커피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짐이 되어 버렸다. 버스 안에서 '엄마~ 음마~'를 외치며 눈물을 뿜었던 둘째는 차에서 내리자 깊은 잠에 잠시 아주 잠시 다녀왔다.


눈치 빠른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간다. 휴~ 다행이다.


놀이터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나와의 물총 놀이를 기억해 냈고, 놀이에 대한 오늘의 약속이 모두 이행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첫째 녀석이 목이 아프다며 물 가져와라, 체온계 가져와라, 선풍기 꺼라, 더우니 켜라, 하는 통에 밤 동안에도 노동(?)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긴 밤이 지나고, 오전 7시. 몸은 간절히 잠을 원했지만, 주인님이 일어났기에 일어나야 했다. 아침 식사 후 열나고 목이 아픈 첫째와 병원 가려는 데, 나들이하는 줄 알고 현관에 홀로 앉아 거꾸로 신을 신는 둘째. 그렇게 5분 거리를 30분이 걸려 다녀오니, 나는 털썩하고 누웠다.


잠이 드는 순간, 차라리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다가

이 순간을 견뎌주는 건강한 아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어제의 잠을 다시 자기 시작했다.


아빠 육아에는 그 어떤 육아용품보다 엄마가 가장 필요함을 다시 느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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