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무한루프

무엇이든 파는 가게로 오세요!

by moonlight

너무도 더운 날. 어제도 오늘도. 아침도 점심도 밤에도 식을 줄 모르는 열기 속에,

아이들의 놀이 욕망도 이글거리는 한낮의 햇볕 못지않다.


첫째 쑥쑥이가 자기 방에서 머리핀, 팔찌, 반지, 연필, 지우개, 풀, 노트를 거실로 가져와 가지런히 늘어놓는다. 마지막으로 계산기를 옆에 두고 나에게로 와 다짜고짜 설명한다.


- 아빠, 이제 가게 놀이를 할 거야. 나는 주인이고 아빠는 손님이고. 이것들을 보고 사면 돼! 알았지?!


조금 전까지 몸으로 뒹굴며 놀았던 터라 이제 좀 쉬겠지 하며, 저만치 혼자 놀고 있는 둘째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데. 여름 하늘 살짝 걸쳐있던 한 점 구름마저 사라지고, 나는 놀이의 무한루프에 걸려든 것 같다.


- (상냥하게 재촉하는 목소리로) 이곳은 무엇이든 파는 가게입니다. 뭐든 사러 오세요~


잠시 물건을 살핀 나는 무한루프에서 빠져나오겠다는 마음으로


- 저는 화장실 변기가 고장 나서 새것을 사러 왔어요. 여긴 그런 것은 없나 봐요. 하하하


- (잠깐 움찔하고는) 여기 요술봉이 있어요. 이걸로 고쳐 쓰실 수 있어요. 호호호.


- (헉) 그러네요. 모든 물건을 가져다 놓을 필요 없이 요술봉으로 뭐든 뚝딱. (정말 뭐든 다 있는 곳이구나!)


- 얼마인가요?


- 6천5만2백 원이요.


- 네? 깎아주세요.


- 5만 원 깎아줄게요.


- (헉. 5만 원?)


- 잠시 후에 돈을 나눠 주니 그때 또 오세요. 전 돈이 많거든요.


돈 없다며 놀이를 끝내려는 아빠 마음을 알았는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인지

돈을 마구마구 풀어 놓는 우리 사장님.


그 덕에 아빠는 꿈에서도 놀이의 무한루프를 헤매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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