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용서받는 삶

용서하기, 아니 용서받기

by moonlight

저녁을 먹고 거실에 앉았다.

첫째의 손에서는 블럭이 바삐 움직였고, 그의 입은 아이스크림 타령을 하고 있었다. 쑥쑥이는 아토피 피부염을 갖고 있어 달콤한 물질이 몸에 들어가면, 손이 피부를 긁고, 피부는 붉은 피를 토하고, 몸은 흉터를 만든다. 이를 보고 있으려니 안쓰러워 음식 조절을 강요하고 약을 바른다.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결같이 아이스크림을 찾는 녀석. 달콤한 유혹을 물리치기에는 아직 어린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혼잣말인데 다 들리게 말하는 녀석이 참 능청스럽다)
"안 돼. 아까 얼음 먹었으니까, 오늘은 그만."
"응? 뭐 먹었는데?"
"아까 먹었잖아. 왜 모른 척이야?"
"응? 수박이랑 빵 먹었는데. 그리고 뭘 먹었더라..."
"냐~ 먹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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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해맑은 아이의 표정에 그만 욱하고 화가 올라왔다. 그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아이의 표정에 너무도 당황스러워 잠시 내 기억을 의심했다. 다행히 잠시 후

"아~ 사과 주스 얼린 거 먹었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안 먹었는데. ㅠㅠ"

말 대신 얼굴로 열을 뿜어내고 있던 나를 보고는 "미안해요." 하며 사과한다. 녀석의 행동에 아직 나의 마음이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용서하며 "담부턴 알면서 모른 척하면 안 돼!"하는 잔소리도 잊지 않는다.




무더운 여름날, 영하의 냉기가 덮쳤다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 자리했다. 그리고 나는 여유롭게 브런치에서 글을 읽는다. 그런 중 '빛이보영'님의 브런치에서 충격적인 글을 만난다.

"부모도 아이의 말썽과 투정과 어리숙함을 인내하며 용서하지만,
아이는 그 보다 훨씬 더 자주 부모를 용서한다고, 그래야 사랑과 안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응?? 아이가 훨씬 더 자주 나를 용서한다고???

좀전의 상황을 정리하면 아이가 잘 못 했고, 사과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용서했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아니라 아이가 나를 용서한 것일지도 모른다니.


문득 용서하다는 한자가 떠올랐다. 용서할 서(恕)는 너와 내가 같은(如) 마음(心)이란 뜻을 갖고 있단다. 너와 나의 마음이 같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충만해서, 점점 한 마음이 되어가는 상태일테다.

지난 상황을 다시 본다. 나의 기준으로 아이의 행동을 질책했고, 아이가 잘못을 시인하자 "그래, 괜찮아." 함을 나는 용서라고 믿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와 아이의 마음이 같아졌는지 확신이 없다.

대신 화나 토라진 아빠에게 먼저 손내밀어 '괜찮아? 내가 미안해' 라고 했던 아이의 마음이 작은 내 마음을 쏘옥 품었고, 그렇게 우리는 한 마음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그동안 내가 타인을 용서했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오히려 내가 용서받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깊은 숨 쉬고, 또 한숨 자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에

왜 그리 열을 올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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