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되는 순간
첫째 쑥쑥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는 요즘 학부모 상담이 한창이다. 부모가 아이의 성향에 대해 이야기했던 1학기와 달리 2학기에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들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포털에서 '학부모 상담'을 검색했더니, 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빈손은 민망하다.'와 '작은 거 하나가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든다.'는 갑론을박. 아무 생각 없다가 잠깐 고민했지만 다시 아무 생각 없어지기로 했다.
금요일 오후 2시. 아내가 거실을 오가는 나에게 긴장되냐고 묻는다. 아닌 척 '하하하'했지만 약간의 떨림은 있다. 선생님이 '누구?' 하실지도 모르고, 혹시나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하시려나, 하는 걱정도 스친다. 조금 과장하면 수능성적표나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 정도랄까?
참, 상담은 퇴근 후에도 할 수 있지만 선생님도 정시에 퇴근하시고 싶겠지 하는 마음에 쿨하게 휴가를 냈다. 처음엔 내가 어린 둘째를 돌보고 아내가 다녀오겠지 했지만, 아내가 '오빠가 갈 거지?' 하기에, 아니라고 하면 모양 빠질까 봐, '으응' 했다. ㅠㅠ
2시 30분. 약속 시간에 맞추어 교실문을 두드린다. 앉아계시던 선생님이 나를 보고는 약간 놀라신 듯했으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신다. 휴~ 다행이다.
'어떻게 아버님이 오셨는지' 살짝 묻길래, '육아와 가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라는 아내의 배력 덕'이라며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웃었다.
선생님과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이가 종종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표현해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학교 생활을 묻는 나에게 주류(?)와 함께하지 않아도 정적인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며 성향인 것 같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몇 가지 조언을 주신다.
작은 것부터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칭찬과 격려하기. 아이 특성에 맞게 말로 감정표현을 강요하기 보다는 글로 표현하기. 노트에 감정을 적고 서로 댓글 나누기 등등.
'일기 쓰기를 도와줘야 하는지'가 엄마들의 화제가 된 적이 있음을 기억하고 물으니,
지금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글을 적는 연습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하셔서, 꼼꼼히 봐주던 것을 아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대신 아이가 오늘을 관찰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일기 내용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은 계속하기로!!!
다음 부모님이 빼꼼을 두 번이나 하고서야 선생님과의 상담이 끝났다.
아내와 나눌 이야기가 한가득 생겼다는 기쁨에 마치 만선으로 돌아가는 어부처럼 발걸음이 경쾌하다.
그러다 문득 "나와 아내의 숙제"가 한가득인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