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만 빼고 모두 다_02

by moonlight


'나는 어떻게 부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물음을 떠올린 후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월급만 꼬박꼬박 받아서는 기본적인 생활비에 커가는 아이들의 교육비 정도 겨우 감당할 수 있을 테니...

그렇다고 다른 재능이나 능력도 없으니, 현재의 업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갈 수도 없다. 음....

역시 해답은 '로또 당첨'이다!!

아니다. 요즘 1등 당첨액으로는 세금 낸 후 서울에 집 한 채 구입할 정도니까. 은행 금리를 생각하면 지속가능성이 없다.

물로 당첨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굴리고 굴려서 불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 투자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 또한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몇 권의 책을 읽고 전문가 강연을 듣는다고 금세 생기는 능력이 아니다. 그간 나의 행동을 돌아보면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을 대거나 시간과 정성을 쏟는 투자라기보다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는 투기에 가깝다. 누가 보면 뜻밖의 행운을 기대하는 요행을 바란다고 할지도 모른다.

굳게 결심하고 열정을 불태우며 재테크에 시간을 쏟을 수도 있겠지만 여엉 불편하다. 고민의 시간 끝에 다행히 정재찬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중 부자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부자라고 하면 그 사람이 축적한 재산이 얼마인가를 기준으로 하던데. 하지만 돈은 쓰기 위한 것 아닙니까? 그러면 지난 한 해 동안 누가 제일 많이 썼느냐 이런 걸 기준으로 부자를 선정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그렇지. 벌려고 쓰는 건데 필요 이상으로 벌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라는 합리화가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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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회사에선 연말정산 일정을 공지했고, 나는 홈텍스에서 지난해 지출내역을 고스란히 확인했다. 물론 나의 최대 관심은 '세금을 더 내느냐 되돌려 받느냐'지만 어디에 지출했는지도 살펴본다. 나와 가족을 위한 소비 외에 공동체와 함께 나누기 위한 지출액은 거의 없었다.

지난 한 해 나는
참 거지 같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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