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처가에 가다

아내의 명절증후군은 이런 것?!

by moonlight


2015년 설날.
우리 가족은 시골 부모님 댁에 있었다. 형네 식구들과 함께 차례도 지내고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잔에 술을 부어 부딪치던 중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씀 :
2년에 한 번씩, 추석에는 오지 말고 처가에 가든 여행을 하든
너희들이 계획해서 시간을 보내라~

그리고 나의 반응 : 네?!
(장남과 맏며느리인 부모님의 말씀이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오지 말라는 것과 여행에 방점을 찍으며
우와~ 우리도 명절에 해외에 한 번 나가 보는 거야!! 하며
꿈을 꾸기 시작한다. 역시 자식이란 ㅋㅋㅋ)


드디어 추석날.
나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처가로 향한다.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거실에 앉았다. 명절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한 후 배를 쿡쿡 찌르는 사이,
벌써 눈치를 채셨는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신다.
그렇게 먹고 나니 나는 다시 멀뚱멀뚱해지고, 엄마를 찾는 둘째에게 계속 말을 건넨다.

익히 아는 얼굴들이며 공간인데도, 뭐라고 하는 이가 없어도
스스로 어색한 이 느낌은 뭐지?


그동안 명절 후 주말에 친정에 가면, 시댁 어른들이 음식을 다 하시고 음식도 챙겨주셔서
먹고만 왔다며 힘들지 않았다고 친정식구들에게 하는 아내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웬걸. 입장을 바꾸니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차례 음식을 만지지 않도록 한 방에 모아 놀아주다가,
배고프다, 심심하다 등 수시로 변하는 녀석들의 기호를 맞추었고,
쟁반을 닦고 음식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차를 마시면,
다시 음식을 준비하던 아내의 모습이 눈 앞으로 흐른다.
그러다 덜컹 그 공간에서 아내가 자신을 섬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명절 때면 주부들의 명절증후군과 명절 후 이혼이 증가한다는 등의 기사가 눈에 띈다.
남편이 아내의 입장을 체험한다면, (물론 남편의 명절증후군도 말할 수 없을 만큼 있지만 ㅠ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나는 2년마다 주부들의 명절증후군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내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아니니. ㅋㅋㅋ.

명절 연휴가 끝난 다음날을 '주부의 날'로 정해 모든 주부에게 휴식을 주는 것은 어떨까?
쉽지 않으니, 나는 오늘을 '아내의 날'로 정해 아침 식사부터 준비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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