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가족인가요?

by moonlight

+ <어느 가족>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을 봤어요. 2018년 국내 개봉했고, 그 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좀도독 가족>이란 제목의 소설로 출간되기도 했답니다.



이야기는 아빠와 아들로 보이는 2인조가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5인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치는 방법 등으로 겨우 겨우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고 있어요.

그런 중 우연히 집 밖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또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살게 되면서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어느 가족'이라는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가족'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혈연관계는 가족의 필요조건인가요?


- 어때요? 물론 부부를 제외한 물음인데요. 꼭 혈연으로 이어져야 가족일까요? '어느 가족'의 구성원은 모두 혈연관계가 아니랍니다. 그럼에도 할머니, 아빠, 엄마, 누나 등의 역할을 하며 서로를 보듬어주죠. 이들을 경제적 생활을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생활공동체로만 봐야 하는 것일까요? 영화 후반에 엄마 역할을 하는 노부요 시바타가 유리를 유괴한 죄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조사관에게 "낳으면 다 엄마가 되냐"고 묻죠. 이에 조사관은 "하지만 안 낳으면 엄마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하죠. 과연 그럴까요? 유리를 낳고 방치하고 폭행한 사람은 엄마일까요?



둘째, 가족은 서로에게 어떠해야 할까요?


- 어린 소녀 유리가 시바타 가족에게 왔을 때 정서적으로 불안했고 몸에 멍도 있었죠. 차츰 함께 일상을 나누면서 머리칼로 자르고 새 옷도 입혀주며 예전 옷을 태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노부요 시바타가 말하죠. "네 잘못이 아니야. 사랑하니까 때린다는 건 거짓말이야. 진짜 사랑한다면 이러는 거야"하며 꼬옥 안아주죠.


참, 유리가 쇼타와 함께 물건을 훔칠 때 이를 알아챈 가게 주인이 쇼타에게 말해요. "동생에겐 시키지 말아라"고 말이죠. 어느새 오빠를 흉내 내며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려는 유리를 보며, 쇼타는 일부러 물건을 집어 달아나요. 동생이 아니라 꼭 날 잡아주세요, 하는 것처럼 말이죠.


가족의 역할을 당위론적으로 설명하는 여느 전문가의 말보다 훨씬 더 울림이 컸어요.


셋째, 부모란 어떻게 되는 걸까요?


- 저는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닐 때는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그렇게 키우는 것에 온 정신을 쏟았어요.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고서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부모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어요.

경찰에 체포되고서 쇼타에게 왜 도둑질을 시켰다는 질문에 오사무는 "가르칠 게 그것밖에 없었다"고 하죠. 또 감옥에 있던 노부요는 쇼타에게 어디서 만났고 당시 타고 있던 차와 번호판에 대해 말해주죠. 친부모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요. 그러면서 남편인 오사무에게 우린 이 아이를 키우기엔 역부족이라고 하죠.


맞아요. 그 부부가 쇼타를 키우기엔 역부족이었죠. 무엇보다 제도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할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쇼타는 이제 아빠에서 다시 아저씨로 돌아가야겠다는 오사무에게 조용히 돌아서서 홀로 '아빠'라고 불러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여러 생각을 일으켜요.



마지막으로, 가족은 무엇으로 이어져 있을까요?


저는 시골에서 자랐어요. 대학 진학을 하면서 서울 안암동에 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쭉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았죠.

그런데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제 아이들이 성큼성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을 더 자주 생각해요. 애증을 넘나드는 그 무언가 끈적끈적한 것이 있죠.


영화에서 누나 역할을 하는 아키가 오사무에게 노부요랑 언제 관계하냐고 물어요. 여기에 오사무는 그런 거 안 해도 마음으로 이어져있다고 하죠. '에이'하는 표정의 아키에게 "그럼 무엇으로 이어져 있겠어?"라고 되물으니 아키는 "보통은 돈이지"라고 해요. 사실 이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돈으로 엮여 있어요. 그런데 오사무는 "우린 보통이 아니지"해요.


이를 보고서 어찌 가족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외에도 뭉클한 장면이 많아요.


특히, 할머니 역인 하츠에 시바타(기키 키린)가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다른 가족을 보며 홀로 '다들 고마웠어!'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찌나 먹먹하던지요.

실은 얼마 전 아버지랑 통화하면서 마흔이 지나니 흰머리도 많이 늘었다고 투정 부렸더니, "그렇지. 시간이 참 빠르다. 너희도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도 훌쩍 자랐으니. 이제 우리도 곧 이별할 시간이 다가오겠지." 하셨던 말씀도 떠오르고....


한번 보고

다시 보면


좋은 영화임을 더 깊이 알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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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들거든요.

제도와 규범으로 정해진 문구에

남들이 정해주는 답에 매달리지 말아요.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해답은 스스로 찾아가며 살아내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