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기 보다는 혼자 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1학년

by moonlight


일요일 저녁 7시.
늦잠을 자서 아점을 먹은 터라, 저녁도 덩달아 일찍 먹었다.

놀이터에서 놀기도 했고 샤워도 해서 더는 일이 없는 듯
TV를 보며 휴일 저녁의 아쉬움을 달래는 8살 쑥쑥이에게 보통의 아빠가 말한다.


"쑥쑥아~ 일기 써야지~"
"(뚜웅~~, 이 아빠 눈치 없게) ㅠㅠ"

아직 학원에 다니지도 않고 가정방문 수업을 하지 않지만,
학교에 제출하는 일주일 두 번의 일기 쓰기와 하루 한 장의 수학풀이는 챙기려 한다.
아이에겐 이것마저도 큰 부담으로 느껴지나 보다.

꾸역꾸역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연필을 들고 나를 바라본다.

"응? 쑥쑥아~ 써야지?"
"응? 아빠 뭐 쓰지?"
"응? 있었던 일을 쓰면 되지?"
"응? 특별한 게 없는데. ㅠㅠ"

얼마 전까지는 일상을 이야기하고 그중에서 아~ 이런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기를 매일 쓰지 않고 주말에 지난 이틀을 기억해내야 해서 항상 애를 먹지만, 몰아 쓰기는 고쳐지지 않는다.)
그랬더니 언제부턴가 일기 소재를 나에게 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오늘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아이가 차근차근 찾을 수 있도록 기다리자고 마음먹었다.

"아빠~ 10월 며칠이야?"
"응? 무슨 요일 일을 쓸 거야."
"응? 글쎄..."

달력을 함께 보며,

"이날은 무슨 일이 있었어?"
"응? 똑같았는데."
"그럼, 이날은?"
"생일파티."
"그럼 이날은 생일파티로 쓰고, 오늘은?"
"음~음~음~ 텀블링 몽키했어."

그렇게 두 가지 소재를 찾았고, 아이가 쓰기를 기다렸다.
누구랑 어디서 만났어? 함께 뭐 했어? 그래서 기분이 어땠어? 이런 말을 애써 참으며
가끔 물어보는 띄어쓰기만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걸리는 시간도 짧아 지겨움도 없고 자신이 했다는 성취감도 있어 보였다.
그 덕에 블록 놀이를 더 할 수 있었다.

휴우~ 그동안 아빠 기준에 잘했으면 하는 욕심이었구나.
지금은 잘하는 것보다 스스로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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