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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해진 밤
일과 육아에 지쳐 바닥에 등을 닿으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던 나는
요즘 모두가 잠든 밤이면 슬쩍 일어나 불을 켭니다.
왜냐고요?
책을 읽으려고요!
내가 원해서
밤늦게까지 책을 읽으려 했던 기억은
기억을 거슬러 거슬러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내 평생 처음인 것 같아요.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김지수, 이어령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그리고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등등
너무 재미있습니다.
사물, 현상에 대한 나와 다른 시선에
미처 내가 듣고 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까지
빛
삶
죽음
그리고 인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연필을 깎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얇은 나의 지식으로 작가의 생각을 뒤틀어보는 메모를 할 때면
어지럽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게 됩니다.
이런 나를 본 아내는
글 읽기를 좋아하는 허생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아차, 허생은 글 읽기만 좋아하고
아내가 바느질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고 했는데...
쩝쩝... 그렇게까지 깊은 뜻은 아니겠지요.
아마도 내게 책 읽기는
일과 육아라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는 창구가 된 것 같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마음 터놓을 누군가를 만난 거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의 생각을 헤아려보고
자신의 견해를 정제된 언어로 표현할 때 찾아오는 충만함이랄까요.
그래서인지 너무 즐겁다고
아내에게 또 자랑했지 뭐예요.
그랬더니 아내는
만나는 친구가 없어서 그런 거래요.
함께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친구 없이
온통 집-회사-집-회사만을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어쩐지...
사람이 쉽게 변하는 게 아니죠.
내가 책을 좋아할 리가 없죠.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오늘은 책 읽는 대신
혼술을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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