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에서 벗어나기

by moonlight

+

나에겐 중2 딸이 있습니다.


녀석은 중1 때도 그랬지만 중2가 되더니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더 자주 합니다.

해가 지날수록 더욱더 회사 가기 싫어하는 아빠처럼 말이죠.


특히 일요일 오후가 되면 날카로워집니다.

나 또한 같은 마음에 백퍼 공감하지만

딱히 내놓을 대안이 없습니다.


대신 거실에 누워 뒹굴뒹굴 거리며

"학교 안 가면 뭐 할 거야?" 하고 딸에게 묻습니다. 그러자

"응? 학교 안 가도 돼?" 하고 딸이 되묻네요.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라고 하니,

"와~~ 그럼 고등학교는 안 가도 되는 거야!" 하며 크게 반응합니다.

(아빠 말에 이렇게 큰 호응은 최근 3년 사이 처음인 것 같아요.)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고,

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이나 의무교육은 아니라고 전해주었습니다.


대학은 안 갈 수도 혹은 못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녀석이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투박한 일상에서 신박한 희망을 본 것 같은 표정입니다.



짝짝짝!!!



아이의 등짝을 때리는 소리는 아니에요.

오히려 진정 그런 결정을 한다면 응원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냅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주류에서 벗어나는 행위입니다.

주류에 있다고 해서 인싸라는 것은 아니지만

큰 물줄기에 묻혀 함께 흘러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벗어나다니......

17세가 되던 해, '고등학생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봐요.

뭐라고 답할까요?


학교를 안 다니니 학생이 아닌가, 그럼 청소년이라고 답해야 하나,

학생이 아니라 청소년이라면 질문자는 뭐라고 생각할까,

뭐든 배우고 있으니 그냥 학생이라고 해버릴까 등등.


대답을 머뭇거리게 될 거예요.


주류에서 벗어난 길을 간다는 건

때론 훨씬 더 많은 설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릅니다.


그런 면에서 나의 딸이 소위 비주류로 불리는 삶을

선택하고 이를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부모로서 이보다 듬직한 일이 또 있을까요.


고백하건대 나는

류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대학 진학 후 취직하고,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고

이런 과정에서 남들처럼 산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야 내가 주류에 속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저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이었죠.

어쩜 우리 삶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직장인 #직장생활 #직장스타그램 #일상스타그램 #일상기록 #중2 #비주류의삶 #아빠의삶 #이방인생존기 #글 #글쓰기 #글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