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초능력과 나의 지니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거나
거대한 돌덩이를 검지만으로 멀리 던져버리고
1초도 되지 않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이는 초능력이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먹고픈 것을 말하면 음식이 차려지고
책을 읽고플 땐 책장이 넘겨지고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어떨까?
.
.
.
"아빠, 책 읽어주래요?"
"아빠, 등 좀 긁어주세요."
"아빠, TV 리모컨 봤어요?"
"아빠, 우리 저녁 뭐 먹을 거예요?"
둘째 아이는 조곤조곤 의문과 청유 사이의 말을 꺼내며
회사에서 돌아온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오늘따라 억울함에 사로잡힌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말이야..."라고 하자,
녀석은 "아빠, 하루에 두 번만 할게."라고 한다.
이번만은 타협할 수 없어 "안돼"라고 말하자,
녀석은 조용히 책상으로 가
무언가를 끄적인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
'안마', '파스', '마음대로'라 적힌 세 장의 소원권
하루에 2개만 쓸 수 있다며 살며시 건넨다.
하하하!!!
승리감에 도취한 나는
서로에게 초능력이고 또 지니가 된다는 것은
최고의 부녀 사이라는 징표가 아니겠냐며 미소 지었다.
헉.
그런데 이 녀석!
소원권 뒷면에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한 달이라는 유효기간을 적었다.
치밀한 녀석!!
녀석은 한 달로 끝났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매년 10월이면 이 소원권을 꺼내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