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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Jun 08. 2023

복권 사세요

오늘은 유난히 따분합니다. 햇볕은 내리쬐고 땅에선 열기가 솟구치고요. 

일상을 탈출하고픈 욕망이 폭발하고 있답니다. 현실은 월급에 목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지만요.     


점심시간에 직장동료들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러 길을 나섰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같은 팀원들이었요. 커피숍을 앞두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 한 명이 무언가를 밟았다며 신발밑을 살펴봅니다.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깜빡이자 급히 길을 건너고는 누군가 씹다 버린 껌인 것 같다고 해요.     


그러자 몇몇이 동시에      


'복권 사세요!!!'     


그럽니다. 


새똥을 맞았을 때 좋은 일이 생길 거라며 복권매입을 권하는 이를 보았습니다만, 

껌 밟았다고 복권사라는 건 또 색다른 경험입니다.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한 문장과 또 한 문장이 연이어 튀어나옵니다.      


"저... 월요일에 출근 못 할 수도 있어요. 

퇴근길에 복권을 살 거라서요."    

 

생각만으로도 흥분됩니다.       


"담주부터 사무실에서 혼날 때 미친놈처럼 히죽히죽 거린다면, 

쫌생이인 제가 갑자기 밥을 사겠다고 하면, 

그냥 짐작만 하세요. 저와 로또를 동시에 떠올리면서요."


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저는 로또를 사지 않는 편입니다. 확률이 낮기도 하고 왠지 노력과 상관없이 내리는 행운을 보면 여우가 되어 저건 신포도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신중하게 번호를 선택해서 장기간 구매하며 당첨된 사례를 듣노라면 이 또한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구나, 하게 됩니다. 


실은 제가 게을렀던 거죠.     


아무래도 열심히 정진해야 할 분야를 잘못 안 것 같아요. 

월급 주는 조직을 위해, 사회를 위해 무언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종종 아니 자주 어쩌면 그게 바로 앞의 상사를 위한 것이라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복권을 통한 경제적 자유에 온 힘을 쏟아야겠다는 결론이 위로가 됩니다.  

     

어쨌든 오늘부터 로또 판매점에 들리기로 마음먹었어요.

토요일까진  기대감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천 원으로 얻은 행복치고는 가성비가 괜찮죠.


다시 또 월요일에 출근하겠지만

그럼 또다시 퇴근길에 로또를 살 거예요.  

   

그렇게라도 하루하루 버텨보겠습니다.     




Image by Thanasis Papazacharia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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