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쟁이 아빠라도 괜찮아?
등교 시 늑장을 부리는 첫째 쑥쑥이 덕에 나는 다시 잔소리쟁이가 되었다.
"늦었어~ (잠시 후) 지금 그러면 늦는다고~" 이렇게 이어지는 내 목소리가 나도 불편하다.
한 번만 정확하게 시간과 책임을 말해 주고, 이에 대한 책임도 아이가 감당하고 배우게 해야지 하다가도
그만 조바심 나서 이야기하고 또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하루의 시작인 아침엔 버럭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랄까? ㅠㅠ
어쩐 일인지 오늘은 "쑥쑥아~ 일어날 시간이야~"라고 했는데, 한 번에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씻고 먹고 입고 챙기고 양치하는 것을 매끄럽게 스스로 한다. 여유롭다. 아직 등교 시간이 남았는데도,
가방을 메고 신을 신는 녀석이 대견해 따라나선다. 집에서 학교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데 보통 때보다 20분이나 먼저 나왔으니, 나는 살짝 놀고 싶어졌다.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부터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한 걸음씩 가기로 한다. 등굣길에 이런 게임은 오직 시간을 지배하는 자만이 할 수 있다. ㅋㅋ. 10분이 지났을까 '한걸음'에서 '한'이 '둘, 셋'으로 변하고, '걸음'이 '뜀'으로 변했지만, 우리는 절반밖에 가지 못했다. 결국, 남은 것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등교 완료!!
그날 밤.
둘째 쭉쭉이와 아내가 잠든 사이. 나는 쑥쑥이와 방에 누웠다.
환절기여서인지 감기에 걸리고 눈 주위가 가려운 우리는 한 이불 속에서 서로를 걱정했다.
- 여기야? 너는 어때?
- 응. 맞아. 나도 여기 아파. ㅋㅋ
- 쑥쑥아~ 넌 병원 어디 갈 거야?
- 소아과. 아빤 어디?
- 안 갈 건데.
- 왜? 아빠도 아프잖아.
- 너랑 똑같이 아프잖아. 그래서 너랑 같이 안약 쓰면 안 될까?(물론 따로 써야지만 ㅠㅠ)
- ㅋㅋㅋ 그래. 근데 아빠~ 내일도 회사 안 가지?
- 응. 왜?
- 아빠~ 그냥 회사 끊으면 안 돼?
- ㅋㅋ 왜? 잔소리 계속할 텐데.
- 그래도 괜찮아. 하하하.
언젠가 책에서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가만 가만 차근 차근 아이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쑥쑥이가 원하는 것이 아빠의 경제력이 아니라 함께 하는 즐거움인 것 같다.
누구는 아직 저학년이어서라고 고학년이 되면 또 다를 거라고~ 했지만
지금 쑥쑥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