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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Jun 15. 2023

에너지 절감대책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신문, 방송 등에서 가구당 미치는 영향이 얼마다, 저소득층에는 바우처를 지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지니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를 본 기관장이 총무과장에게 '우리는 공공요금 예산이 부족하진 않나요?'라고 했습니다.     


그다음은 짐작하시겠죠?      


공공요금 예산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현재까지 에너지 사용량 분석과 앞으로의 대책에 대한 검토가 이어집니다. 사용량과 요금이 각 장비나 구역별로 나뉘어서 관리되었다면 똑똑한 엑셀의 도움을 빌려 촤악촤악 보고서를 작성할 테지만, 건물 통째로 전기요금이 부과되어 세부내역을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전년 동기대비 11.5%나 사용량이 증가했더군요. 원인을 설명해 보고자 새로 도입한 전산장비가 무엇인지 전산실에 문의합니다. 일부 증가한 것이 있으나 이것만으로 많은 증가분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외부 방문자가 많아지고 회의실 대여도 빈번해졌습니다. 어쩌면 시설 노후화로 인해 에너지 손실이 많아졌을 수도 있을 거예요. 애석하게도 이 모두는 가정 if입니다.      


본 청사 외에 4곳에 분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월별 전기 사용량을 보니 유사한 패턴으로 증가했더라고요. 이곳에 대한 원인 점검도 추가되었습니다.


전문기관에 맡겨서 에너지 사용 실태점검을 하면 좋으련만 담당자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또 담당자들이 할 수 있는 방식의 절감대책을 마련토록 합니다.  업무를 지시한 상사도 총 에너지 사용량과 요금을 볼 때 전문기관에 맡겨 정밀 점검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그의 상사가 말했으니 거기에 무언가를 추가해서 보고하고픈 욕망이 표출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돌고 돌아 내게로 온 이 작업은 최근 3개년 전기 사용량과 요금을 그래프로 만들고, 원인처럼 보일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 그럴싸한 말로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일단락되었습니다. 최종 마무리는 다른 부서에 에너지 절약수칙을 알리는 것이지요.      


1. 냉방기 1℃ 올리고 적정온도 유지하기

2. 사용하지 않는 전등 끄기

3.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     


널리 알려진 여름철 에너지 절약수칙 3가지에 회의실 사용 시 유의할 사항 몇 가지를 추가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돌고 돌았습니다.

그렇게 미뤄진 다른 일을 하려 야근을 해야 했고요. 전기를 더 써야 했단 말입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여름철 전력수요가 많아지는 시기에는 에너지 절약이 더욱 절실합니다. 그러니 이를 다시금 집안이나 직장에서 생활습관으로 새기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예측가능한 결과를 위해 직원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거나 경중을 나눈 일처리 또한 에너지 절약수칙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일을 할 때 사용하는 것은 전기 에너지만은 아닙니다. 개인이 갖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사용한답니다. 그런데 이런 에너지는 마구 퍼서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이 또한 유한하며 절약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아셨죠?     

에너지 절약의 대상을

전기에너지로 국한하지 말아요.     


에너지의 개념을 확장하고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를 목표에 맞게 선택과 집중함으로써

조직의 존재 이유를 하나씩 달성해 가는 겁니다.      


이게 에너지 절약 아닐까요?


Image by PIRO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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