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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Jun 19. 2023

넌 일관성이 없어

오늘도 출근해 책상에 앉았습니다.


고요를 깨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찾아왔어요. 제게 직접 튀어오는 말들이라면 심장이 벌렁하겠지만, 살짝 거리가 떨어져 있는 터라 ‘조만간 내 차례가 되려나.’ 하는 걱정에 숨죽이고 귀를 쫑긋 세워봅니다.    


  

A과장 said,


“아휴~~ 일관성이 있어야지.

 분소마다 계약직 근로시간을 다르게 처리하는 건 말이 안 돼요.

 같은 일을 처리하는데 휴게시간을 달리 적용해 급여에 차이를 주다니.

 정말 이해가 안 돼요.”     


B직원 said,


“사무소마다 관리감독자가 있습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는 분소를 관리하는 총괄부서에서

 근로자와 협의한 후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정했습니다.

 우리는 그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시겠죠?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근로자에 대해 지방사무소마다 휴게시간 적용기준이 달랐던 겁니다. 급여를 지급하는 부서의 장인 A는 기준 마련과 적용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계약직 근로자의 복무를 관리하는 부서에 휴게시간을 다르게 설정한 이유를 확인해 보면,

각 사무소 즉, 근무지의 특수성을 발견한 결과이구나,라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B는 인력관리를 하는 부서에서 각 분소의 특수성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설정한 것이니, 그에 따라 급여와 수당을 계약서에 맞게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했겠지요.    

 

사실 저는 A와 B의 사정과 속마음을 알지 못합니다.

둘이 주고받은 말의 본래 의도도 헤아릴 수 없고요.     


그저 짐작만 할 뿐이지만

뭔가 아쉽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 정부조직법이 바뀌면 때론 하던 일은 그대로인데, 소속부처가 바뀌기도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이 그랬습니다.


하필 전과 후의 부처가 승진에 대한 인사운영 기준이 달랐습니다. 현재 기관은 특히 5급 승진심사를 할 때 행정직과 기술직으로 구분합니다. 다양한 기술직렬을 통합하여 하나로 평가하는 거죠. 하지만 이전 기관에서는 직렬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여 업무를 부여했고, 이는 인사평가 기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답니다.   

   

㉮직렬과 ㉯직렬이 있었습니다. ㉮직렬에는 퇴직자가 연이어 발생합니다. 승진자리가 생기는 거죠. 부처가 변경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 직렬에서 승진하게 되겠죠. 하지만 타 직렬과 경쟁을 해야 하니, 경력에서 밀려날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특수성을 강조하며 별도 평가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직렬은 향후 10년은 정년퇴직할 사람이 없습니다. 정원이 증가하여 승진 자리가 생기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입사연도는 한참 지났는데 ㉯직렬이란 이유로 승진을 못하고 있죠. 그런데 이곳에선 통합평가를 한다고 하니 얼마나 반가운 일일까요.     

 

인사팀에 있던 저는 각각의 희망사항을 본부 인사팀에 설명해야 했습니다.   

   

분야별 업무의 특수성과 상황, 열심히 일한 만큼 승진으로 보상받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만,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니 저도 참 이율배반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이런 일은 일관성에서 접근해야 할까요?

특수성을 기준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정답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의 결정엔 언제나 특별한 사정이 있고

너의 선택엔 왜 자꾸 일관성이 없는 거니     

라는 시선을 돌려보길 바랍니다.     

 

그래서

나의 선택에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 있는지

너의 결정에 특별한 사정이 내포된 것은 아닌지     


이렇게 살피는 태도만으로도 우리는

관계의 풍요를 한 뼘 더 늘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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