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oonlight
Apr 05. 2024
+나의 장례식
부고 소식이 들려옵니다.
차로 이동하면 세 시간 걸리는데...
조퇴하고 갈까? 같이 갈 사람이 있으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나의 장례식을 상상해 보고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니,
아이들에게 남기고픈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곡(哭)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별은 슬프다. 하지만 너희가 숨넘어갈 듯 곡을 하면 정말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아 내가 눈을 뜨고 깨어날지도 모르니 그러진 말자.
지금 내가 사는 현실에선 죽음 후 다시 만날 수 없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내 상식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니. 지금 여기서 우리의 만남을 종식하려 애쓰지 말자.
살다가 그리울 때 한 번씩 하늘을 보며 도르륵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그리움을 표현해다오. 그럼 나는 따스한 햇살이 되어 네게로 한걸음에 달려갈 테다.
장례식장에서 밤새우지 마라. 퇴근하고 조문하러 오는 사람이 있겠지만, 미리 알려서 늦은 밤에 오지 않도록 하고 밤 10시가 되면 너희만의 시간을 가져라. 집에 가서 쉬어도 좋다. 장례사에게 미리 알려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 간소하게 참석하면 된다.
처음 겪는 일이니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예법이라는 게 있을 테지만, 당사자인 나도 그런 걸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남들의 시선과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너희가 편하게 장례를 진행해도 좋다. 내가 좋아했던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좋겠다.
조문객은 내가 무슨 병으로 얼마나 오랜 기간 병마와 싸웠는지를 궁금해할 것이다. 그냥 잘 지내다 잘 갔다고 하면 된다.
혹여 무슨 생각을 했고, 또 어떻게 살았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 진리가 있고 그곳에 다가갈 수 있으며
하루하루 나의 삶이 나아질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고.
인간의 삶이 생존과 번식만으로 설명되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였으나, 마지막까지 이를 부정할 근거나 논리를 찾지 못했다고.
그럼에도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홀로 글 쓰는 공간 속에서
깊은 위로를 받고 살았다고 말해주어라.
일상 밖으로 벗어나고 싶거나 고민을 토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 울지 말고 차분히 글로 적어보아라. 너희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내가 어떻게 대답할지, 너희는 이미 알고 있다.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즐거운 일들을 풀어놓고서 나의 반응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서 다시 살게 되는 것이니 나는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나는 친구가 거의 없다. 하지만 내 존재의 소멸을 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이름을 알려줄 테니 나의 부고를 너의 목소리로 전해주길 바란다. 혹여 그가 장례식장에 찾아오거든,
'내가 자주 연락하지 못했지만
차를 마시는 일상 속에서 그를 자주 그리워했다.'라고 전해주어라,
육신을 통해 만났던 우리의 시공간이 닫히고 있다.
나는 땅속에 묻히지만
가슴에 너희를 품는다.
우리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방식이 변할 뿐이다.
이제 나의 엄마와 아빠를 만나러 가야겠다. 아가로 돌아가 나의 부모 품에 꼭 안길 것이다. 너희도 충분히 이곳에서의 삶을 살아낸 다음 돌아오는 날, 그때 다시 내가 너희를 꼬옥 안아주겠다.
안녕하자.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