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oonlight
Apr 27. 2024
며칠 전 신문에서 공무원 조기퇴직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내용인즉,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5년이 안 되어 퇴직하는 인원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탈을 방지하러 여러 궁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임용 전 대기기간을 줄이거나 특별휴가 제공, 여행비 지원 사업, 승진 기간 단축, 계획 없는 회식 자제, 밥 당번 금지 등이 대책이다. 이를 두고 다른 편에서는 적은 급여가 문제라며 핵심을 회피한다고 비판한다.
떠나기로 선택한 이와 그를 보며 대책을 마련하는 이, 불충분한 대책에 열을 올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조기 퇴직자의 수를 줄여야 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이직과 퇴직이 잦은 추세는 비단 공공부문만의 현상을 아닐 텐데, 공공부문에서 5년 미만의 퇴직자 수가 증가함을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수 인재의 유출이라면 그 인력이 공직이 아닌 민간에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경우 국가라는 측면에서는 더 나은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어느 신문 사설에서는 조기퇴직 현상을 공무원들의 대탈출이라 칭하며 국가 서비스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기퇴직으로 공무원의 결원율이 대폭 상승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인력 운영에 있어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충분했던 적은 없지 않은가?
여러 주장의 속내를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이런 수치를 토대로 지나친 행사 의전, 악성민원의 고달픔, 낮은 급여라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에는 공감한다. 다만, 10년 넘게 청사로 출근하며 매일 아침 이직과 퇴직을 고민하는 나는 공직사회를 두고 다뤄야 할 시급한 문제 두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보수와 업무의 미스매치다. 공무원의 보수가 적은 것은 임용 전부터 알고 있었다. 막상 급여명세서를 보면 당황스럽지만 채용면접 때 공익을 위해 일하고자 했던 다짐도 남아있기에 퇴직할 정도의 충격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임용되어 일하면서 계속 옆에 있는 선임과 동료의 행태가 보인다.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일찍 입사했다는 이유로 급여를 많이 받는다. 그들이 호봉만큼 쌓인 경력으로 기피하는 업무를 앞장서서 처리하면 좋으련만 자신의 라떼를 이야기하며 굳이 후배에게 양보의 미덕을 보인다. 낮은 보수에 준하는 워라밸을 기대했던 터라 돈도 시간도 업무도 모든 것이 불만족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가짜 노동이다. 직장인이라면 매일매일 정신없이 쏟아지는 일들로 바쁘다고 하겠지만, 그 일의 내막을 들여다보자. 보고서를 작성할 때면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지 대신 어떻게 보일지에 시간을 쏟는다. 자간, 줄간격, 표 양식의 수정. 어디 그뿐인가? 사고가 발생하면 예방책으로 추가 절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절차에 절차가 덧붙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옥상옥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정작 사고가 발생하면 일선 담당자들은 사고처리 대신 보고서 작성만 재촉당하지 않는가. 이 외에도 주말 행사에 동원되고, 정책에 시민의 편익이 아닌 다른 기준이 적용될 때면 숨 가쁜 노동에 좌절감이 더해진다.
우리 사회가 내놓는 문제 인식과 해결책을 보면
과연 우리는 문제의 진짜 원인에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어쩌면 알아도 몰라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년간 출산율을 높이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건만
합계출산율 0.65라는 결과를 마주한 현실이 자꾸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