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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Aug 07. 2024

잔소리 예고제 vs 잔소리 메뉴판

자녀가 성장할수록 그의 생각과 행동은
부모의 기대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저에게도 그런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하는 주옥(?) 같은 말들이
어느새 잔소리가 되어 듣는 이의 얼굴을 구기고 있죠.

곰곰 생각하다가

"오늘부터 잔소리를 하기 10분 전에
 너희들에게 미리 알려줄게."

일명 잔소리 예고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말하고 나니 제게도 되돌아볼 시간이 될 것 같았어요.
잔소리의 내용과 말투 등등에 대해 말이죠.

뜬금없이 잔소리를 뿜어내는 일들 줄어들 것 같은 기대감!!!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막내가 '잔소리 메뉴판'을 만들어 현관 중문에 부착하지 뭐예요.

1. 공부해라
2. 빨래 치워라
3. 수저 놔라

한 건당 100원에서 500원까지 가격을 매겼더라고요.
잔소리의 지속시간까지 적어두었길래,
"그럼, 3초가 되기 전에 엄청 빨리 잔소리해야겠다." 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판이 살짝 수정되었어요.
초당 가격이 기재된 거죠!!!

아빠의 경제력을 생각해서인지
가격이 저렴하다 생각했는데,

녀석의 입장에선 너무 자주 들으니
모이면 적지 않은 돈이라 생각했나 봐요.

---

잔소리 메뉴판이 잔소리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는 가격이라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아빠의 잔소리는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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