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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Aug 10. 2024

<커피 대체제를 찾아서>

작년 말부터 막내가 나의 건강을 챙긴다며,

술과 커피를 마시지 말도록 했다.

술은 거의 마시지 않지만, 커피는 1일 1잔 이상

달고 살았던 터라 아이의 눈을 피해 조금씩 마셨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고서

막내의 눈을 피해 마시는 커피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약속을 어겨가며 마셔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지난 4월 22일,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100일 지났다.

초기에는 아내가 마시는 커피 향을 마시기도 했지만,

두통이란 금단현상이 지난 지금 커피 생각은 없다.


다만, 커피 대체제가 있으면 좋겠다.


동료들과 함께 커피숍에 가면

자몽티, 그린티, 밀크티, 딸기라떼, 녹차라떼를 주문하지만

딱히 좋아하는 음료가 없으니 매번 고민이다.


그러다 문득

내게 커피는 무엇의 대체제였나,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나서,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쉬는 시간에 무엇을 마셨던가?

점심식사 후 친구들과 다니면서 손에 들었던 음료는 무엇이었을까?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한 통 챙겨 다녔을까?

흠뻑 땀이 나게 운동하고는 포카리를 마셨던 것 같다.

가끔 미팅을 할 때면 카페에 가기도 했지만

커피가 아닌 수다가 메인 메뉴였다.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렸던 시간이 흘러가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홀짝홀짝 커피를 삼키는 횟수가 늘어났다.


어느새 커피는 그곳에서의

어색함, 외로움, 지루함, 쓸쓸함, 자괴감을

감추려는 리추얼이 되었다.


막내에게 건강을 걱정시키는 시기가 되어서야

커피와 그 대체제로 찾았던 음료로는

일상의 헛헛함을 대체할 수 없음을 알았다.


오늘부터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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