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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Oct 27. 2024

싱클레어가 되어 데미안을 만나는 시간

 

출퇴근이 없는 주말 아침입니다.

오늘에야 출퇴근 시간에 읽던

<데미안>의 끌을 보았어요.


제가 읽은 이 책은 1992년에 발행되었고

값이 무려 3,000원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 시절에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데미안>은 필독서 중 하나였어요.

그 분위기에 취해 저도 한 권 사서 책장에 두었나 봅니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원했던 것,

바로 그것대로 살려고 했다.

그것은 왜 그리도 어려웠을까?"


학교에 갇혀 있기도 싫고

교과서 공부가 내 마음속에서 원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득했을 때


<데미안>의 머리말은 일종의 탈출구였죠.


한참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하고서

<데미안>을 다시 읽으니


프란츠 크로머, 데미안, 피스토리우스, 에바....

단지 소설 속의 인물로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에밀 싱클레어에 몰입하게 되었어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유명한 구절이죠. 알에서 나오려는 새.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하는 운명.


이번에는 Abraxas라는 신에게서 한동안 멈추었어요.

신이면서도 악마인, 바로 그 신!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것보다

내면에 선과 악이 함께 있음을 인식해야 함이

무척이나 강렬했습니다.


아마도 악에 대한 경험을 더 많이 해서죠.


문득 30년 넘게 책장에서 잠들어 있던 이 책이

제 손에서 다시 펼쳐진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사춘기 청소년이 읽는 책이라는데,

내가 이리도 몰입해서 읽은 아니

문득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든 이유가 무얼까....


중얼거리는 저에게 첫째 아이가 말합니다.


"아빠, 갱년기잖아."


ㅎㅎㅎ 맞아요.

갱년기는 사춘기의 다른 이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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