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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죽어감에 대하여

by moonlight Feb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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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급하게 연락받고 내려오는 중에 돌아가셨어.'


카톡방에서 친구가 어머니의 부고를 전했다.

두 달 전 어머님의 투병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언제나처럼 낯설고 또 슬펐다.


회사에 조퇴를 신청한 후 창원으로 가는 길,

김여환 님의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이란 책을 읽었다.


호스피스 의사로 천 번이 넘게 사망선고를 한 그가

바라보는 임종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인 사례와 더불어 구구절절했다.


"통증이 오면 죽음이 다가왔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난 통증을 말하지 않아요.

 통증을 참으면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고 있어요."


"김 선생님.

 죽음이라는 끝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시고

 지나온 세월도 많이는 돌아보지 마세요.

 그저 오늘 하루, 가족과 저희와 편하게

 지내시면 어떨까요?"


"누구나 죽음은 한 번만 오는 첫 경험이자

 마지막 경험입니다."


훌쩍훌쩍

주르륵주르륵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조기와 화환이 길게 서있다.

눈부신 조명 아래, 공기는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고인에 조의를 표하고 상주와 인사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했다.

그 무엇도 산 자와 죽은 자를 다시 만나게 할 수 없다.

위로와 위로의 말들이 공회전 중이다.


조문객이 모인 식탁에 앉고서야 맞은편에 앉은

친구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오히려 평온하다.


3년 전 암진단 후 창원과 서울을 오가며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고

추가 항암치료를 하기에는 몸이 지탱할 수 없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고 딱 두 달 되는 날 돌아가셨다고 했다.


어떤 병으로 얼마나 투병생활을 했는지 알게 되었으나,

어머님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싫어했는지

언제 울고 웃었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더 궁금했다. 


하지만 겨우 가라앉은 슬픔을 긁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묻지 못했다.


미국 정신과 의사이자 임종 연구 개척자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책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nd Dying, 1969)>에서 죽음의 5단계(5 stages of grief)를 제시했다.


죽음이 다가왔음을 들으면

뭔가 잘못되었을 거라는 부정(denial) 단계에서

왜 하필 내가 이렇게 되었지,라는 분노(anger) 단계,

임종을 늦추려 노력하는 타협(bargaining) 단계,

회복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우울(depression) 단계를 거쳐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용(acceptance)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친구의 어머니도 이 단계를 거쳐갔을 것이다.

3년이 넘는 치료과정을 함께 한 친구도

자식으로 이 과정을 같이 경험했을 것이다.  


친구의 얼굴에서 본 평온함은

죽음에 대한 수용이 아니었을까.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스스로 숨을 쉬고 일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기도했다.


'하루에 꼭 한 번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화해와 용서를 먼저 청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깨어 있게 하소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듯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지혜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이해 님의 시 <마지막 손님이 올 때> 中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이해가

나를 편안함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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