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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Sep 26. 2016

육아하며 고전 읽기

발묘조장 拔苗助長

7시 30분 아내가 집을 나선다.

8시 30분 첫째가 집을 나선다.

그리고서야 세 살 둘째가 겨우 신음 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오늘은 언제쯤 어린이집에 등원할까?    


아직 기저귀와 이별하지 못한 쭉쭉이는 요즘도 밥을 앞에 두고 제비처럼 입을 벌린다.

그럼 나는 어미가 되어 숟가락에 밥과 찬을 담아 식혀서 작은 입에 넣는다.


그런데 오늘!!! 녀석이    


내가! 내가!    


를 외치며 아빠의 손에서 숟가락을 빼앗는다.     


하지만 귀한 아침 시간에 흘러가듯 아이와 턱과 손 그리고 외출복에는 음식이 흐른다.     


에휴~~ 숟가락 이리 줘~     

하며, 재빨리 먹여 보내거나


식사할 때는 식탁에 붙어 앉아 이렇게 숟가락을 들고서 입으로...

하며, 장황하게 설명하려다가


문득 첫째가 유치원에 다닐 때 한글 깨치기에 대해 자식 자랑과 푸념과 걱정이 뒤섞인 부모들의 수다가 생각났다. 그중 한 분의 이야기가
    

네 살에 가르치면 1년이 걸리는데, 다섯 살이나 여섯 살에 배우면 10개월이나 6개월이 걸린다고.    


그래서 오늘은 말하는 대신 크게 숨을 고 기다리기로 했다.     

+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章을 보니,     


송(宋) 나라에 벼의 싹이 자라지 않음을 근심하여 이를 뽑은 사람이 있었다. (宋人有閔其苗之不長而揠之者)
아무렇지 않게 돌아와 “오늘 피곤하구나. 싹이 자라도록  도왔다.” 하고 말했다. (芒芒然歸謂其人曰 今日病矣 予助苗長矣)
이를 듣고 아들이 달려가 보니 싹은 이미 말라있었다. (其子趨而往視之苗則槁矣)          


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발묘조장(拔苗助長, 억지로 싹을 뽑아 성장을 돕는다.)이라는데,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며 훈육하는 내 모습이 꼭 송나라 사람 같다.

여유를 갖고서 기다리면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를 볼 수 있을 텐데

좀처럼 내 조바심은 가시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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