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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Nov 13. 2016

엄마와 다른 아빠, 이런 모습 처음이야?(2/2)

2년 전 한 손에 꽉 들어차는 두께의 책 <Me before you>에 흠뻑 빠져있을 때는 오로지 존엄사에 대한 윌과 루이자의 선택에만 집중했었다. 자신의 죽음을 결정하고 싶은 윌과 붙잡고 싶은 루이자를 보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당신은 내 심장에 깊이 새겨져 있어요. …(중략)… 내 생각은 너무 자주 하지 말아요. 당신이 감상에 빠져 질질 짜는 건 생각하기 싫어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하는 루이자에게 보내는 윌의 마지막 편지에서는 현재의 삶을 충만하게 살아야지 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영화를 보는 지금도 나의 생각은 줏대 없이 오락가락한다. 게다가 오늘은 윌 트레이너를 대하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새로이 다가와 고민을 하나 더 얹었다.      

루이자와 함께 생활하던 윌이 점점 삶에 활력을 찾아가던 중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온 편지를 받게 된다. 이를 본 윌 트레이너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다.     



스티븐(아버지) : 월과 약속했잖아. 6개월만 살겠다는

카밀라(어머니) : 그 애의 마음을 돌릴 시간이라고 생각했죠! 아들이 안락사하겠다는 걸 그대로 두다니.

스티븐 : 지난번처럼 혼자 또 자살 시도하는 것보다 낫잖소. 이렇게 하면 그 애 곁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사랑해줄 수 있어.

카밀라 : 내 아들이에요.

스티븐 : 내 아들이기도 해!    



같고 다르다. 윌 트레이너를 아들로 두고 있고, 그를 사랑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그를 사랑하고 싶다. 하지만 사랑과 존중의 방법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함께 있어야 한다는 엄마와 자녀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 방식으로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자는 아빠. 누가 옳고 누가 옳지 않을까?    



이번엔 루이자 부모의 반응이다. 


죽음에 대한 윌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고 깊은 상념에 빠진 루이자. 이를 본 루이자의 어머니가 윌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된다. 그리곤 ’어떻게 부모가 그럴 수가 있는지. 그 일은 살인과 다를 바가 없으니, 그 일에서 그만 빠지라고...‘ 하며 격분한다. 반면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루이자와 마주 앉은 그녀의 아버지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버나드(아버지) : 아무것도 못할 거다. 그런 사람의 결심을 바꾸는 건

루이자(딸) : 저는 어떡해요?

버나드 : 맘껏 사랑해 줘. 아직 시간이 있잖니.    


이런 장면들이 의도적으로 아빠와 엄마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을까? 아니면 그저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바뀌어도 무방한 우연이었을까? 루이자의 엄마는 윌의 엄마와, 루이자의 아빠는 윌의 아빠와 참 많이 닮았다. 이 모습이 겹쳐 들어왔을 때 어쩜 엄마와 다른 아빠만의 장점, 아니 차이점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윌이라면? 이란 물음도 가져본다. 

그런데 난 부자도 아니고 사업가도 아니다. 미남도 아니며 심지어 젊지도 않다. 그러니 이런 가정은 사실 무의미하다. 대신 내가 윌의 부모라면, 존엄사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면? 하는 생각은 어떨까.    

아마도 윌과 루이자의 엄마와 같은 자리에 설 것 같다. 비록 내 아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고 해도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갖고 새로운 삶을 꿈꾸고 이룰 수 있다고. 질질 울면서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자고 매달릴 것이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라면 윌과 루이자의 아빠와 같은 길에 있을 것만 같다.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을 수 있겠죠. 하지만 내 인생은 아니에요.‘라는 생각을 가진 아들, 윌 트레이너의 손을 잡고서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체온을 전하는 무뚝뚝한 아버지 말이다. 무심한 듯 묵묵히 가정을 지키던 아버지의 모습이 더해져 아무런 논거 없이 엄마와 다른 아빠의 모습으로 받아들였다. 어쩌면 내가 닮고 싶은, 되고 싶은 아빠의 모습이라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꿈과 5억 원>이란 제목의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앞으로 살 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당신의 ’ 꿈‘을 이루는 것과 ’ 5억 원‘ 중에 무엇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고등학생 자녀와 아빠들에게 했고, 그에 대한 답을 잔잔하게 담아낸 영상이다. 자녀들은 학교 운동장에 농사짓기, 만수르와 결혼하기, 세계일주 떠나기, 롤스로이스 타기 등과 같은 자신의 꿈을 말하며, 아무리 5억 원이라는 금액이 크더라도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만큼의 가치는 없다고 했다. 반면 아빠들은 5억 원을 택해서 자식을 위해 남겨주고 싶다고 했다. 이것이 어찌 엄마가 아닌 아빠만의 마음이겠냐 만은 아빠의 진심인 것은 확실하다. 때로 무정하고 주로 무심한 사람이라 여겨지더라도 자녀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인생을 거는 것이 아빠라는 존재니까.    



5억 원을 선택하는 아빠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펑펑 울다 그만 스치고 지나가버린 그들의 꿈을 살짝 들여다보면, 아들과 배낭여행 가기, 근사한 곳에서 가족과 외식하기, 가족과 여행하기,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과 같이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이 대부분이다. 가만 보니 자녀들의 꿈은 준비를 통해 미래에 성취하는 것임에 반해 아빠들의 꿈은 미래의 것이 아니라 당장 실천하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비록 함께 가는 여행지가 해외가 아니라 가까운 공원이 될지도 모르고, 외식하는 곳이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골목 가게가 될지도 모르지만, 자녀들과 함께 우리만의 시간을 공유하고 추억을 만드는 꿈은 오늘도 실천할 수 있다.     


아차, 학원 시간에 쫓기는 아이들의 일정에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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