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사람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때로는 숫자로밖에 안 보입니다.

by 퇴근 후 작가

대표님께.


최근 한 조직의 리더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성과가 아주 좋았던 팀이었습니다. 매출도 목표치를 웃돌고 있었고, 프로젝트 일정도 늘 정확했으며, 고객사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리더의 표정은 어딘가 무겁고, 말투에는 자주 쉼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다 괜찮은데요… 요즘 팀원들이 조금 지쳐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큰 이슈는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레 말을 아끼던 그 리더는, 결국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실 저도 요즘 조금은 버겁습니다. 다들 잘하고 있으니까 더 요구하게 되고, 더 기대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도, 우리도 너무 숫자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대표님, 저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팀은 이미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요.

성과는 좋습니다.
하지만 리더는 지쳐가고, 구성원들은 조용히 침묵을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성과는 말해줍니다. 이 팀이 얼마나 해냈는지를.
하지만 그 안에 쌓인 피로와 정서는 말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성과가 높을수록, 그 안의 불균형은 더 늦게 드러나고 맙니다.


대표님도 아시겠지만,
사람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조직은 때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숫자로 보게 만듭니다.
성과지표와 실적 그래프, 목표 달성률과 KPI의 언어 속에서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은 점점 흐릿해지고,
결국 ‘아직 성과가 나오니까 괜찮은 것’처럼 간주되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꼭 그 사람이 먼저 지쳐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직, 반복되는 병가, 업무 몰입도 저하, 관계의 단절…
숫자로는 감지되지 않던 신호들이 어느 날 일제히 무너져버릴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때 조금 더 들여다봤어야 했구나.’
‘아직 말이 없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었구나.’


대표님, 저희는 인사팀의 이름으로 숫자를 다룹니다.
성과 평가도 해야 하고, 보상도 설계해야 하며, 데이터도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숫자의 배경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늘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리더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이제는 팀원들의 속도도 한 번 점검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떤 구성원에게는 이렇게 묻습니다.
“요즘 일하는 방식, 예전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시진 않나요?”


그리고 어느 조직이 성과에 치우친 리더십을 지나치게 반복하고 있다면,
그 안의 작고 조용한 신호를 발견하기 위해
하나씩 대화를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대표님,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은 응당 인정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너무 많이 소진하게 되었다면,
그건 성과가 아니라 손실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성과보다 먼저 지칩니다.
그래서 숫자만으로는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잃지 않기 위해,
성과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온도도 살피고 싶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사람뿐 아니라, 그 길을 걸으며 숨이 찼던 사람에게도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표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은 지표로만 판단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좋은 숫자 뒤에 숨은 고요한 고통까지도 읽어내는 조직,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들으려는 태도를 가진 조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게 곧, 사람을 중심에 두는 HR의 시작이라고 저희는 믿습니다.


인사팀에서 드립니다.




❤️ 사람 중심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인사담당자 입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사이트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라이킷으로 다음 편을 함께해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47화] 자리 잡아가는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