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PX에서 찾은 하루치의 위로

내 이름으로 충성한 D+194

by 퇴근 후 작가

날이 갈수록 마음속에 고이는 피로가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다. 처음엔 그냥 넘길 수 있었던 사소한 일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작은 자극에도 짜증과 스트레스로 번져간다. 훈련의 강도보다 더 힘든 건, 반복되는 일상에서 비롯된 무력감이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PX로 향하게 된다. 요즘은 모카빵과 다이제스티브에 빠져 있다. 거기에 모카치노 우유를 곁들이면, 그 조합만큼은 군대 안에서 허락된 소박한 사치처럼 느껴진다.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잠시라도 풀어내는 데, 이 조그만 간식들이 큰 역할을 한다. 포장지를 벗기고 입에 넣는 순간, 뇌가 먼저 위로받는 기분. PX 냉장고 문을 여는 그 짧은 시간에도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물론 알고 있다. 매일 그렇게 달콤한 것으로만 버틸 수는 없다는 걸.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사소한 위로에라도 의지해야 하루를 견딜 수 있다.


오늘은 작업 훈련이 있었다. 전차내에 있는 에어클리너 정비를 하며 몰입하자 마음이 조금 정리됐다. 군대에서의 일은 대체로 단조롭고 반복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제대로 끝냈다’는 감각은 묘하게 뿌듯하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일이라 해도, 손끝으로 마무리한 한 작업이 하루를 견딘 이유가 되어주는 날도 있다. 오늘이 그랬다.


작업을 끝내고 내무실 바닥에 앉아 잠시 한숨 돌리며 생각했다. 처음 자대에 왔을 땐 모든 게 낯설고 버거웠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익숙해진다는 건, 어쩌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지치고 답답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고 있다.


가끔 PX에 가서 뭔가를 사 먹고, 작업 후 조용히 앉아 하루를 되짚는 이 시간들이 지금의 나에겐 가장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그것이 군 생활을 견디는 나만의 방식이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실감한다. 너무 힘든 날엔, 이렇게 사소한 것을 붙잡고서라도 버텨야 한다. 그 사소한 것들이 쌓여 어느 순간은 하루치의 의미가 되고, 또 다른 날에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


지금 이 순간, 사실이 아닐지라도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내일도 여전히 반복일지 모르지만, 오늘을 버틴 나 자신이 분명히 어제보다 더 성장했으리라 믿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 기억의 조각

모카빵 하나, 우유 한 잔
그 안에 담긴 위로는 생각보다 깊었다.
사소한 것에 웃고, 작은 위안에 기대며
나는 오늘을 견뎠다. 내일도 그렇게 살아낼 것이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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