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충성한 D+171
설 연휴가 끝났지만, 피로는 풀리기는커녕 더 쌓여만 간다.
오늘은 야간 시동 점검에 초병 근무까지 겹치면서 하루 종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원래도 쉬운 날은 없지만, 유난히 오늘은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아침부터 찬 기운이 날카롭게 파고들었고, 눈도 얼어붙을 만큼 날씨는 매서웠다.
시동 점검을 하는 동안 손끝이 얼얼해졌고, 초병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도 몸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연휴 기간이라면 잠깐이라도 쉬며 기운을 차릴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 며칠 동안 더 바쁘고 추운 날씨 속에 훈련을 받으면서 피로는 배로 누적된 느낌이다.
예상치 못하게 태권도 훈련까지 이어졌다.
솔직히 오늘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태권도를 잘하지도 않지만, 그런 기술적인 문제보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기 때문에 어떤 훈련이든 버겁게만 다가왔다.
추운 날씨 속에서 주먹을 쥐고 찬 바닥을 딛는 동작 하나하나가 괴로웠다.
동작을 따라가는 것도 벅찼고,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집중도 흐트러졌다.
훈련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조차 힘에 부쳤다.
몸도 마음도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마음속은 더 복잡하다.
혹한기 행군 훈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머릿속은 계속해서 그 생각으로 가득 찼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대규모 훈련이고, 전차를 몰고 일반 도로 위를 달리며 실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 속에서 나는 조종수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 긴장이 마음을 무겁게 누르기 시작하면, 육체적으로 느끼는 피로도 더 크게 다가온다.
결국은 마음이 먼저 무너지느냐, 아니면 마음을 다잡고 버티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군대에 와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따라 무너진다’는 것이다.
육체적인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풀리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그러니 이 피로를, 이 지침을, 그냥 참고 넘길 게 아니라 스스로 이겨내기 위한 준비로 바꿔야 한다.
태권도 훈련이든, 시동 점검이든, 초병 근무든, 결국은 내가 감당해야 할 나날들이다.
도망칠 수 없는 하루라면, 마음만이라도 나를 지켜야 한다.
행군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나는 매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한다.
긴장되는 것도,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다.
훈련소, 상무대, 자대 적응까지 처음엔 막막했지만 결국 다 해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아자, 아자!’ 군대에서 자주 들리는 이 구호처럼,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인다.
어쩌면 지금의 이 작은 다짐이 나중에 큰 힘이 될지도 모른다.
✍️ 기억의 조각 몸이 지친 날, 마음까지 무너지지 않기를. 오늘의 무게를 견디는 내가, 내일은 조금 더 단단해질 테니까.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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