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첫 진급 신고를 하다

내 이름으로 충성한 D+179

by 퇴근 후 작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드디어 진급 신고를 했다. 이제 나는 이병이 아닌 일병이다. 처음 군대에 들어와 아무것도 모른 채 훈련소 생활을 시작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새 계급이 하나 올라가게 되었다. 기분이 좋았다. 단순한 표식 하나가 붙었다고 해서 모든 게 바뀌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군 생활을 되돌아보니 나도 조금은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급했다고 해서 상황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쉬워지는 건 아니다. 여전히 군 생활은 힘들고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선임들의 눈치를 보며 지내던 시절에서 이제는 후임들에게 보이는 위치로 바뀌었고,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책임으로 다가왔다. 지금 내가 느끼는 건, 계급이 오르면 그만큼 스스로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진급은 단지 시간이 지나서 주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증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대에 온 이후, 선임들과의 생활은 여전히 낯설고도 복잡하다. 매일 조금씩 그들의 성격을 파악해가고 있다. 처음엔 말도 조심스럽고 행동 하나하나가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는 누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모든 선임들이 다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중엔 자기 이익만 챙기고 눈치만 보게 만드는 사람이 있어서 마음 편히 지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도 없는 구조다.


그래도 나는 노력하고 있다.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갈등 없이 지낼 수 있는 관계는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과의 충돌을 피하면서도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진급은 내게 또 다른 다짐의 기회였다. 앞으로 군 생활을 하면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떤 선임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내가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군 생활이 점점 익숙해진다는 건, 그만큼 피로가 쌓여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별일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선임의 말 한마디에 예민해지는 나를 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속으로 되뇌인다. "좋게 지내자, 잠깐이다, 지나갈 거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다독이며 견뎌내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일기를 쓰며 그동안의 마음을 정리해보니 오히려 조금은 편안해졌다. 진급이라는 계기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아직 부족하고 서툴지만,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선임이 되기를 바란다. 진급을 했다는 건, 책임이 따르고 무게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그 무게를 피하지 않고, 조금씩 익숙해지려 하고 있다.


✍️ 기억의 조각 군 생활 중 나의 첫 진급. 두 줄의 일병 계급장은 이렇게 말해주는 듯했다. 이제는 말투를 다듬고, 태도를 조심하며 누군가의 하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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