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충성한 D+222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날씨가 따뜻했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바람은 가볍게 스쳐 지나가며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이런 날씨라면 잠시라도 나를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따뜻한 날씨 속에서도 몸은 지치고, 머리는 무거웠다.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 하루는 끝없는 피로와의 싸움이었다.
몸이 힘들고 정신이 멍한 날이면,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오늘 들은 이야기 하나가 그랬다. 내가 본부중대로 가게 될 거라는 소문. 사실 소문이야 군 생활 내내 들려오곤 했지만, 이번에는 묘하게 마음이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내가 지내온 1중대는 내게 있어 단순한 중대 그 이상이었다. 신병 때부터 함께한 선임들이 있었고, 함께 고생하며 웃고 울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 정든 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물론 군대란 그런 곳이다. 예고 없이 바뀌고, 원하지 않아도 적응해야만 하는 일들이 반복되는 곳.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걱정해봐야, 정작 정해지는 것은 내 의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을 괜히 소모하지 말자는 다짐이 생겼다. 지금 중요한 건 내 위치나 소속이 아니라, 어떤 자리에서든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일, 그리고 흔들리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 그것만이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이다.
요즘 들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귀찮음들이 자꾸 고개를 든다. 처음 군에 왔을 땐 모든 게 새롭고 낯설었지만, 이제는 그 신선함도 무뎌졌다. 익숙해진 환경은 오히려 권태로움을 불러오고, 그 틈으로 피로가 스며든다. 정신적으로도 몸이 늘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무기력함에 몸을 맡길 순 없다. 나는 이곳에서 살아내야 하고, 견뎌야 하며, 결국에는 단단해져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체육 활동이다. 주말마다 하는 운동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내가 숨 쉴 수 있는 작은 창이었다. 땀을 흘리며 달리고, 몸을 움직이며 긴장을 풀 때, 비로소 마음속 응어리도 함께 녹아내린다. 피로가 남아있지만, 운동 후 느끼는 그 가벼움은 오히려 군 생활 속에서 나를 다시 붙잡아주는 유일한 도구가 된다.
오늘처럼 흔들리는 날에도, 나는 내가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좋은 날씨처럼, 언젠가 내 마음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날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내일도,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찾으며 버티고 있다.
✍️ 기억의 조각
소문이 진실이든 아니든,
흔들리는 건 결국 내 마음이었다.
중요한 건 어딘가의 자리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그 자리에 서는가였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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