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충성한 D+220
오늘은 훈련 후 정비 시간을 가지며 체육 활동도 병행했다. 몸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 들어 다행이었다. 혹한기 훈련이 끝난 뒤, 이번에는 보병지원훈련이 시작되었다. 내게는 두 번째 도로 기동 훈련이었고, 여전히 전차 조종은 어렵고 긴장되는 일이지만, 조금씩 손에 익는 감각들이 생겨나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112호 전차가 별탈 없이 잘 달려주었고, 훈련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처음 전차를 조종하던 그 막막함을 떠올리면, 지금은 분명 나아진 것이다. 어깨에 묵직하게 실리던 기계의 무게감이, 이제는 조금씩 나의 리듬에 맞춰 반응하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익숙함이 쌓이고 있다. 훈련을 마친 뒤 돌아오며, ‘조금은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였다. 훈련기간 낮 동안은 포근했던 날씨가 밤이 되자 급격히 차가워졌고, 그 냉기가 몸을 파고들었다. 텐트 안에서 맞는 밤공기는 유독 더 차가웠고, 얇은 침낭 하나로는 그 냉기를 막아내기 어려웠다. 자는 동안 온몸이 굳는 듯했고, 결국 감기가 찾아왔다. 코가 막히고 목이 칼칼해졌으며, 몸살 기운까지 더해져 다시금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2박 3일의 훈련은 끝났지만, 몸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 일상으로 돌아왔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감기까지 겹치니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그렇다고 훈련이 멈추는 것도 아니고, 일상이 유예되는 것도 아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다시 나를 추슬러야 했다. 그 과정에서 문득,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얼마나 참고 있는 걸까' 하고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피로와 감정의 소모를 안으로 삭이며 하루를 견디는 것이 당연해진 이곳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내가 더 무너지지 않으려면,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선, 내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 다짐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버텨야 할 순간에 집중하려 했다.
육체는 분명 지쳐있고, 때로는 무너질 듯한 기색을 보이지만, 훈련을 끝낸 후 돌아보면 그 과정 안에 나의 작은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건 아마도 이 시간이 단순히 체력을 시험하는 훈련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단단해지는 시간, 내 안의 내구성이 더해지는 시간. 그런 의미에서 이 훈련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남는다.
물론 여전히 힘들고, 아프고,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나를 돌아보고, 다듬고, 다시 일어서려 애쓴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조금씩 더 강해진 나를 발견한다.
내일은 또 다른 훈련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오늘까지 버텨낸 나를 믿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다. 그렇게, 나는 군복 너머의 시간을 견디며 단단해지고 있다.
✍️ 기억의 조각
무거운 전차보다 더 무거운 건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 그 말이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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