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그리움의 온도

내 이름으로 충성한 D+213

by 퇴근 후 작가

오늘은 부모님과 면회를 했다. 자대에 와서 두 번째 면회였다. 집이 부대에서 엄청 먼 거리는 아니다 보니, 나도 그렇고 부모님도 처음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로 만날 수 있었다. 첫 면회 때는 어색하고 긴장된 공기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서로 한층 익숙해진 느낌이었다. 내가 이곳에서 지낸 시간만큼 부모님도 나의 군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반가움도 잠시, 위병소 면회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졌다.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날이 아직 제법 추웠는데, 면회실엔 난로 하나 없이 한기가 그대로 맴돌았다. 나는 군복을 입고 있어서 견딜 만했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않았다. 얇은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계시던 부모님의 어깨가 점점 웅크려지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정수기조차 작동하지 않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짧은 대화를 이어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기쁨보다 미안함이 더 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불편한 환경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나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부모님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 나의 군 생활은 그 자체로도 부모님에게 걱정의 대상일 텐데, 이런 불편함까지 함께 보게 한다는 것이 괜히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나는 조금씩 이곳에 적응해가고 있지만, 부모님은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이기도 하고, 정서적인 거리이기도 했다.


면회가 끝나고 부모님을 다시 위병소 밖으로 배웅했다. 그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익숙한 군대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표정, 말투, 눈빛 하나하나가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부모님은 나를 위해 늘 미소를 짓고 계셨지만, 그 미소 뒤에 숨은 수많은 걱정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이 건네준 따뜻한 도시락과 작은 편지,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 어떤 위로보다 따뜻했다.


비록 면회 장소는 춥고 불편했지만, 나는 오늘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을 더 깊이 느꼈다. 그 온기는 공간을 가리지 않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만났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만남 속에서 확인한 서로의 마음이었다. 부모님의 그 마음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나도 더 잘해내야겠다고 다짐한다. 앞으로도 자주 뵙지는 못하겠지만, 그 짧은 만남이 줄 수 있는 힘은 결코 작지 않다는 걸 오늘 다시금 느꼈다.


✍️ 기억의 조각

춥고 열악한 공간이었지만
그곳엔 내게 가장 따뜻한 온도가 있었다.
그리움이 만든 온기였다.




❤️ 스물한 살, 그 낯설고도 선명했던 시간을

매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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